[시시비비] 개각은 쇄신이었을까

국무총리에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발탁한 것을 두고 ‘통합형 인사’라는 평가가 있다. 김 후보자는 대표적인 대구·경북(TK) 정치인이다. 이낙연·정세균 두 전임 총리가 호남 출신임을 감안할 때 통합이란 출신지 안배 즉 지역 통합을 말하는 듯하다. 대통령 선거를 11개월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여당 쪽에서 TK 출신 총리를 뽑아달라고 요구해왔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이에 응한 것이라면 총리 인사는 쇄신이라기보다 내년 대선에 대비한 선거용 카드라 해석하는 편이 더 맞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의 참패로 끝난 지난 4월7일 재·보궐선거를 두고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라고 선거 다음날 말했다.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이려면 국민이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국민의 분노가 검찰 개혁 잡음과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문 대통령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이번 인사를 통해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관료 출신으로 선택한 것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을 제외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정과제 성과가 미흡해 선거에서 졌다는 게 대통령의 해석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민은 바꾸라는데 ‘더 열심히 하겠다’는 엉뚱한 답이 나온 것이다.

검찰 개혁에 반대보다 찬성하는 국민이 더 많다. 현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애쓰는 것 역시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목격된 여러 현상들, 내로남불로 요약되는 현 정부 속 기득권층의 안하무인적 태도와 부패 그리고 목적지만 옳다면 절차 따윈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 국민은 그런 것들을 질책한 것이 아니었을까. 많은 국민이 검찰 개혁에 찬성하면서도 개혁에 저항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생각하는 작금의 기이한 상황을 해석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이철희 지식디자인연구소장을 정무수석에 임명한 것은 이번 인사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쇄신이라 불릴 만하다. 비문(非문재인) 인사인 이 신임 정무수석은 지난해 총선 불출마 후 신문 칼럼이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인사 발표 후 "대통령에게 아닌 건 노(no)라고 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취임 소감은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하던 또 다른 참모 한 명을 소환한다.

지난 연말 문 대통령은 검찰 쪽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는 개혁,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신현수 민정수석을 발탁했다.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기대가 컸다. 강대강으로 치닫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 가교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의 국정기조 전환 건의를 대부분 묵살하고 검찰 인사에서 그를 ‘패싱’까지 했다. 한계를 느낀 신 민정수석은 취임 두 달 만에 사표를 냈다.

국민과 정치권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이 정무수석 역시 신 전 민정수석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임무를 갖는다. 이 정무수석이 인의 장막을 뚫고 마침내 대통령 지근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변화시킬 극적 반전을 이 정무수석은 일궈낼 수 있을까. 그가 지식디자인연구소에 복귀하는 시점으로 우리는 이 정부의 성공 혹은 실패 그리고 내년 대선 결과를 미리 점칠 수 있다.

신범수 정치부장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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