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증권사, ELS '마진콜 악몽'에 자체 헤지 감소

코로나에 지수 급락으로 운용손실
추가 증거금 납부 부담 확대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체 헤지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주가지수 급락으로 자체 헤지에 따른 운용손실 부담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초 만해도 자기자본 대비 91% 수준인 1조1000억원을 자체 헤지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자기자본 대비 36% 수준인 4500억원 수준으로 비중을 크게 낮췄다. 지난해 ELS운용손실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채 주식파생사업부에서 241억원 적자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ELS 헤지 운용 손실로 자기매매 부문에서 전년 대비 84%가량 쪼그라든 실적을 내놓은 SK증권도 자체 헤지 비중을 대폭 줄이고 ‘백투백(Back-to-back) 헤지 ’ 비중을 키울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ELS 자체 헤지 비중을 점차 높여가는 것을 내부적인 목표로 설정했으나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주가지수 급락으로 운용손실 규모가 커지자 자체 헤지 비중을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4639억원(자기자본 대비 44%)의 자체 헤지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ELS는 통상적으로 연 기준 6~10% 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두고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을 확정한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헤지를 하게 되는데 헤지 운용방식에 따라 ‘자체 헤지’와 ‘백투백 헤지’로 나뉜다. 자체 헤지는 ELS를 발행한 증권사가 채권과 주가지수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직접 헤지 운용하는 것을 말하고, 백투백 헤지는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계약을 체결해 해당 기관에 손실이나 이익을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자체 헤지 방법을 취했을 때 증권사들은 운용 능력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손실이 나든 이익이 나든 모두 해당 증권사의 몫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이 급변했을 땐 증권사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주가지수가 급락하자 자체 헤지를 위해 증권사들이 매수한 파생상품에서 추가 증거금 납부(마진콜) 부담이 확대되면서 운용 손실이 커지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증거금 납부를 위해 서둘러 달러화를 매입하고 기업어음(CP) 발행에 뛰어들었지만 납부를 위해 들인 비용 모두 손실로 잡혀 자기매매부문 수익이 크게 낮아져 실적에 부진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백투백헤지에 나서면서 증권사들의 운용 이익이 확정되기 때문에 이전만큼의 수익을 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지수 급락 당시 대형증권사들이 추가증거금을 결제할 수단이 부족해지면서 ‘마진콜 사태’가 발생해 ELS 운용 손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는데, ELS 규모가 작은 중소형증권사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은 오래전부터 자체 헤지를 않고 백투백 헤지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보다는 운용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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