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니 생각 바뀌었나…뜨뜻미지근해진 野 통합

국민의당·국민의힘 "의견 들어봐야" 상대방에 일단 요청만
지난 대선 패배 경험에 논의 자체 깨지진 않겠지만 난항 예고
소모적 논쟁 탓에 샅바싸움 길어질 경우 국민 피로감 커질 듯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대행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에 본격 돌입했다. 내년 대선을 고려해 합당 논의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단은 양 당 모두 어떤 방식의 합당이 유리한가를 판단하려면 ‘시간 벌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12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과정에서 합당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당에서 합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먼저 알아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국민의당에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고, 의견이 전달되면 다시 우리 쪽 의견을 모아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는 국민의힘은 가급적 빨리 국민의당과 논의를 마쳐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힘 한 재선의원은 "국민의당이 한참 뒤에서야 (합당 논의를) 한다는데 그걸 기다리면서 일정을 무한정 지연시킬 순 없다"면서 "빨리 매듭 짓고 통합 전당대회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의힘에선 합당 관련 의견 수렴이나 전당대회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 내부에서는 주 권한대행의 거취가 빨리 정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 권한대행이 당권 주자로 나선다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게 되고 새로 들어 설 차기 지도부가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반면 국민의당은 당원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일부 언론에서는 저희가 주춤 한다고 하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했지만 적극적으로 합당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진 않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오늘부터 시도당부터 당원 의사 묻는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당 무산 등 야권 분열 때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에 두 당 모두 신중한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24.03%였으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6.76%) 득표율까지 합치면 과반을 넘는 52.2%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이 41.0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권 통합이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양 당간 샅바싸움이 길어지면 야권 대통합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4·7 재보궐선거 승리가 ‘야권의 승리’냐 ‘국민의힘 승리냐’를 놓고 대립하는 식의 소모적 논쟁이 길어질 경우 야권 통합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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