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아닙니다' 신생아 포개놓아도 처벌 불가, 문제없나

"시끄러워서" 인큐베이터에 신생아 여러명 포개
젖병 물려두는 '셀프 수유'로 분유 토하기도
셀프 수유만 학대 인정돼
전문가 "학대, 아이들 입장에서 판단해야"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한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우는 아기 여러 명을 하나의 인큐베이터에 포개두고 신생아들의 입에 젖병을 꽂아두는 이른바 '셀프 수유' 등의 행위로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이 저지른 행위 중 일부만 아동복지법 위반 행위로 인정되며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 김포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동학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의료진들이 2일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의료진들은 신생아들의 울음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1인용 인큐베이터에 여러 명의 아이를 집어넣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간호조무사에 따르면 젖병을 아기 입에 꽂아 두고 혼자 먹게 해 분유를 토하는 상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부모는 지난해 9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이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해당 병원의 원장을 비롯한 다른 의료진들은 제왕 절개 수술을 하던 중 신생아의 눈 주변을 메스로 다치게 했으며, 수술 이후 차트를 작성하면서 이 같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축소·은폐까지 한 것으로 조사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

당시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려 "셀프수유와 함께 인큐베이터에 여러 아이를 넣어놓도록 하고, 분만 중 상처가 나도 산모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는 이런 병원을 처벌하는 강력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9월9일 경기도에 있는 한 산부인과에서 울음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1인용 인큐베이터에 여러 아기를 집어넣었는 등 신생아 학대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쳐

하지만 경찰에 의해 이들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된 행위는 CCTV로 확인된 11차례의 '셀프 수유' 뿐이다.

인큐베이터 1대에 아기를 두 명씩 두는 '신생아 포개기'에 대해서는 해당 상황이 위험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인큐베이터가 한 대 뿐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동 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현행법에는 '신생아 포개기'나 '셀프수유'와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명확히 없고 처벌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이 같은 판단에 공분했다. 네티즌 A 씨는 "아동학대는 경중을 막론하고 처벌해야 하는데 어처구니없다"라며 "올바른 판단과 합당한 처벌만이 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셀프로 젖병을 물려놓은 것도 충격인데 거의 살인미수 아닌가"라며 "규정, 의료법을 따지지 말고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생후 5일 된 신생아를 거칠게 다루고 있다. 이 아기는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진단을 받고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산부인과 내 아동학대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간호사가 신생아 '아영이'를 한 손으로 거꾸로 들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영이는 이 사고로 대학병원에서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아영이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찰에서 한 달 치의 CCTV를 확보해서 확인해 보니까 20번 정도 학대가 있었다고 한다"라며 "한 달 동안 확보한 게 20번 이상이면 이 간호사가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얼마나 많은 애들한테 얼마나 많은 학대를 했을지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전문가는 아동학대 문제를 성인의 관점이 아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 팀장은 "아동학대 행위의 인정부터 처벌까지 모두 어른들의 관점에서 바라봐서 그런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팀장은 "아무런 저항력도 없고 힘이 없는 신생아에게는 자기 몸의 몇 배가 넘는 성인이 아무리 무심코 저지른 행위라고 해도 학대와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신체학대가 있으면 반드시 정서학대가 있고, 정서학대는 아이의 정상적 성장을 크게 방해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판단력과 자제력이 있는 성인들도 한 번 받은 상처를 오래 기억하고 원망하는데, 그런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한 번 받은 상처를 평생 가지고 산다"라며 "작고 연약한 아이들이 기억도 못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동에 대한 처벌 역시 힘없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양형이 정해져야 한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배려해야 하고 꼭 지켜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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