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상담 후…'마음에 맴돈다' 연락한 남자 상담원 제명

8일 KBS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 상담원이 상담을 한 민원인에게 친구로 지내자며 개인적으로 연락했다고 보도했다.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 상담원이 상담을 한 민원인에게 친구로 지내자며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KBS 보도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지난 1일 아침 1393 상담전화에 전화를 걸었다.10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A씨는 병원에 다니며 약도 꾸준히 복용했지만, 가끔 우울감을 참을 수 없을 때는 1393 상담전화를 이용했다.

남자 상담원이 전화를 받아 낯설었던 A씨는 "혹시 여성 상담원과 통화를 할 순 없냐"고 물었고, 상담원은 "통화량이 많아 여성 상담원과 연결하려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담원과의 전화 상담은 30여 분 동안 이어졌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인 만큼 A씨는 내밀한 이야기까지 믿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상담한 날 밤 10시께 벌어졌다. A씨는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번호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서 '새벽에 상담 나눴던 사람'이라고 밝힌 발신자는 "이상하게 이런 감정이 없었는데 계속 마음에 맴돌아서 문자 드려요. 원래 상담사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는데 편한 친구가 되고 싶어서 오픈해요. 그냥 마음이 힘드실 때 문자도 좋고 전화도 좋습니다. 편한 친구 하실래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민감한 소재로 대화를 나눴던 만큼 상담원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A씨는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상담원은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후 상담원은 "불쾌했다면 미안하다"는 내용의 사과 문자를 남겼다.

A씨는 1393 측에도 전화해 항의하면서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상담원은 코로나19로 늘어난 상담 응대율을 높이기 위해 임시로 투입된 자원봉사자였다. 일한 지는 3개월 정도 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절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통 민원인의 전화가 걸려오면, 컴퓨터 모니터에 민원인의 연락처가 뜬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112나 119로 신고하기 위해 설계해 놓은 시스템일 뿐 이를 활용한 사적 연락은 규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1393 운영기관인 보건복지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상담원을 제명 처리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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