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신고자 보호 없이는 아동학대 조기 발견도 없다

신고 후 신분노출로 인한 피해 잦아
접수·응대 매뉴얼·교육 확립해야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지난해 11월20일 순창보건의료원의 공중보건의 A씨는 자신이 진찰한 아동의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해당 아동의 부모에게 A씨를 인지할 수 있을만한 발언을 하면서 후폭풍에 시달렸다.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인 A씨는 부모로부터 2시간가량 욕설을 들은 뒤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동 학대 정황을 알아보고 이를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이들이 신분 노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선 학대 사실을 사전에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초에 학대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경찰의 수사 강화, 강력 처벌, 사후 교육 등 각종 아동 학대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아동 학대처벌법은 의료진,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구급대원 등에게 아동 학대 정황이 발견되면 이를 신고할 의무를 갖도록 한다. 또 누구든지 신고인의 인적 사항 또는 신고인임을 알 수 있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처럼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의 신분이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과 신고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의료진을 보복의 위협에 노출시켜 적극적인 신고를 꺼리게 하고 조기에 발견 가능한 아동 학대의 피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매우 큰 실책"이라고 강조했다.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동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신고 접수와 응대 절차 등 매뉴얼에는 문제가 없는지, 또 이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의무자에 대한 보복성 가해에 대해서는 가중처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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