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끝까지 안갯속…골드만삭스, 런던 대신 파리에 유럽허브

기업·규제당국 혼란 최소화 노력
전환기간 종료 한달 앞인데…英-EU, 협상 아직 진행 중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면서 기업과 규제 당국 등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전환 기간 종료 시점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 서비스 단절이라는 극단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런던에서 진행하던 일부 금융 거래를 내년 1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시그마X 유럽'이라 불리는 다크풀 거래 허브를 파리에 구축하기 위해 프랑스 규제 당국에 관련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크풀은 주식을 장외에서 익명으로 대량 매매하는 거래 기법을 말한다. 상당수 EU 주식 거래가 런던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조치를 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골드만삭스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이 허브를 내년 1월4일 오픈할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마틴 골드만삭스 선물ㆍ증시 전자거래 담당 글로벌 헤드는 "우리 고객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별 문제 없이 자산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외에도 전환 기간 종료에 대비하는 기업과 규제 당국이 있다. 영국 FTSE100지수 기업 중 하나인 영국 부동산업체 세그로는 전환 기간 종료에 대비해 이날 모든 주식 자본을 파리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 파리에 이중 상장했다. 유럽 규제 당국은 전날 양측 간 15조파운드(약 2경2190조원)에 달하는 파생 상품 계약 문제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유럽 은행감독청(EBA)과 증권시장감독청(ESMA), 보험연금감독청(EIOPA)은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런던에 보유하고 있던 기존 파생 상품들을 새로운 규제 적용 없이 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의 경제 주체들이 전환 기간 종료를 준비하는 것은 아직 영국과 EU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협상은 이번 주에도 화상으로 진행 중이지만 금융 거래 등을 포함한 주요 이슈에서 양측 간 의견 차가 커 당장 의미 있는 협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영국은 EU에 금융 부문과 관련해 동등하게 판단해줄 것을 바라지만 EU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국 은행은 EU와의 거래에서 절차나 비용을 추가로 물 수밖에 없다.

한편 노 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독감, 홍수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한 기밀 문서를 확보했다고 이날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지난 9월 만든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 내 동시에 재앙이 닥치는 '퍼펙스스톰'에 직면할 수 있는 중요한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