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저성장 치유 어렵다면, 위험요소 찾아야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0년 세계경제 전망은 지난 6월 전망과 비교할 때 의미심장한 차이가 있다. 인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일부 신흥 개발도상국을 제외하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대부분 상향조정(-4.9% → -4.4%)됐으나 내년 전망치는 내렸다(5.4% → 5.2%). 다만 세계교역량은 2020년 -10.4%, 2021년 8.3%로 각각 6월 전망치(-11.9%ㆍ8.0%)보다 상향 조정됐다. 이 예측대로라면 세계경제는 내년에 2019년 대비 0.5% 남짓 성장하게 된다. 당장 경제가 생각보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결국 별로 기대할 것은 없다는 뜻이다.

IMF가 세계경제의 'V자형' 회복을 부인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IMF는 2021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2022년 말쯤에야 비로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난다고 전제했다.

더 중요한 것은 팬데믹이 남길 상처를 치유할 중기 조정비용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파산에 따른 충격, 기업 간ㆍ산업 간 고용과 자원의 재배치,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지연, 글로벌밸류체인(GVC) 복구와 재편 등 경제의 생산성을 저해할 요인을 고려한 것이다.

IMF는 한국이 올해 -1.9%(6월 전망 -2.1%), 2021년 2.9%(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도 과거 위기 후 반등했던 추세와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한국경제는 0.8% 성장했으나 2010년 6.8%로 뛰었다. 세계교역량이 2009년 -10.7%에서 2010년 12.8%로 급성장한 당시와 비교하면 반등의 정도는 그만큼 약할 수밖에 없다.

종전의 경제위기와 달리 팬데믹의 피해가 서비스업종에 집중된 사실을 생각할 때 수출 제조업이 성장을 제대로 견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의 단서는 한국과 중국의 수출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미ㆍ중 무역전쟁이 일어난 2019년 당사국 중국의 수출은 2018년 대비 불과 0.8% 줄어들었으나 제3국인 우리나라는 무려 10.2% 감소했다. 이처럼 수출시장 점유율이 훼손된 것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과 궤를 같이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생산성이 정체된다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내년의 보잘 것 없는 성장은 한국경제가 생산성 정체에 따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한국의 장기 성장률이 1990년대 초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하락해왔다는 것ㆍ10월13일자 시시비비 참조)을 생각할 때 2.9%를 실망스러운 예측치로 볼 수만은 없다.

저성장 기조가 단기간에 치유될 수 없다면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을 찾아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저금리하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위험 추구 행위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뒤이은 사모펀드(PEF) 사고는 대표적 예다. 대형 금융사고는 자산시장의 붐이 일어날 때 그 에너지가 축적되고 고조될 때 터진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별다른 규제 없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한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붐이 꺼지자 고객에게 돌려줄 돈이 부족해서 일어났다. 감독당국이 PEF 사고를 사후 대처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자칫 과거 저축은행 사태의 혼란이 재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PEF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디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쁜 소식이 무소식보다 낫다. 알면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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