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체벌' 법으로 금지… 민법 '부모징계권' 60년만에 삭제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민법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이나 훈육 대상으로 인식시킬 수 있고,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조치다.

13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민법 915조에는 친권자가 양육자를 보호ㆍ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된 후 62년간 유지됐다.

민법상 징계권은 자녀를 보호ㆍ교양하기 위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방법과 정도로 해석된다.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915조의 징계권 조항이 부모의 처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돼 왔다. 더욱이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이 조항은 시대착오적 유물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특히 훈육 목적에 기인한 체벌이 아동학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해자가 학대행위에 대한 법적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징계권 해석에 따라 친권자가 아동을 체벌할 경우 감경되거나 무죄가 선고되는 '면죄부'가 되기도 했다. 아동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가하면 아동복지법 등에 따라 처벌을 받지만 친권자 체벌인 경우 민법 915조가 정상참작 근거가 되는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금지법 조항이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을 '체벌허용국가'로 분류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4월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민법 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8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등을 거쳤다.

개정안을 보면 우선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했다. 자녀에 대한 '필요한 징계'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자녀에 대한 체벌이 금지된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활용되고 있지 않은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 부분도 삭제했다.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16일 국회에 제출돼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에 올라간다. 여야가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적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를 거친 개정안은 다시 정부로 송부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한편 정부는 이번 징계권 폐지 내용과 효과를 알려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아동학대 사건을 강력범죄로 다루고 가중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한다. 법무부는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 규정 적정성 검토, 양형 기준 개선도 고민하기로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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