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오저치고 -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오저치고는 ‘오늘 저녁 치킨 Go’의 줄임말로 오늘 저녁에 치킨 먹으러 가자는 뜻으로 통용된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인류 역사상 최초의 닭튀김에 대한 기록은 1세기경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리에 대하여(De Re Coquinaria)'에 남아있다. '아피시우스 치킨'이란 이름의 요리인데, 닭고기를 얇은 기름에 살짝 튀겨낸 뒤 다시 오븐에 구워내는 방식으로 조리한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시대에도 프라이드의 조상 격인 요리가 있었다. 조선 전기 의관 전순의가 쓴 '산가요록'에 등장하는 포계가 그 주인공이다.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닭 한 마리를 24~25개로 토막 낸 뒤 기름을 붓고 그릇을 달궈 고기를 넣고 손을 빠르게 움직여 뒤집어 볶는다. 청장과 참기름에 밀가루를 섞어 즙을 만든 뒤 식초와 함께 내면 된다. 굽거나 지지는 것을 뜻하는 ‘포계(火+包鷄)’에서 알 수 있듯 기름에 구운 닭 정도였을 것이다. 기름이 귀한 시대에 튀김은 엄두조차 못 낼 조리법이었다. 더욱이 포계는 반가에서도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한 음식이라 전해진다.

오저치고는 '오늘 저녁 치킨 Go'의 줄임말로 오늘 저녁에 치킨 먹으러 가자는 뜻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가금류 소비량은 18.2㎏으로 전 국민이 1인당 월 1.5마리 가량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발표한 연말연시 주문 내역 분석에서도 새해 첫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시켜 먹은 음식은 단연 치킨이었다. 급기야는 치킨 전문가를 선발하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등장해 냄새만 맡고도 어느 브랜드의 어떤 치킨인지를 감별해내는 능력자들이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요리하는 PD 이욱정은 자신의 책 '치킨인류'에서 닭에 대한 감사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랜 세월 우리는 닭에게 생명을 빚져왔다. 이 새가 없었다면 인류의 테이블은 훨씬 빈곤했을지 모른다. 닭이라는 저렴하면서 건강한 동물성 단백질원이 있었기에 고기는 만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늘 밤도 아름다운 닭, 치킨은 배고픈 우리의 영혼을 편리하고 따스하게 위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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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례
A: 야, 표정이 왜 그렇게 우울해? 무슨 일 있어?B: 어제 친구 말 듣고 바이오 주에 올인했는데, 내가 넣자마자 떨어지고 있어.A: 인생도 그렇고 주식도 길게 봐야 하는 거야. 기분도 꿀꿀한데 오저치고?B: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이 위로해주는 건 치킨뿐이구나. 콜!A: 사람은 배신해도 치느님은 우릴 배신하지 않지.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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