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가 주택 취득세율을 인상하더라도 가구 분리를 한 중위소득 40% 이상 소득자면 만 30세 미만이라도 독립 가구로 인정할 방침이다. 이 경우 부모가 보유한 주택 수와 합산하지 않게 돼 고율의 취득세를 물지 않게 될 전망이다. 정부의 취득세율 인상 방침이 20대를 차별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30세 미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주택 취득세율 적용 과정에서 부모가 보유한 주택과 합산해서 주택 수를 산정하되 이 같은 예외 규정을 두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까지 입법예고한다.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으로 추진 중인 재산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가구당 3주택까지 최대 3%이던 취득세율이 2주택의 경우 8%, 3주택 이상인 경우에는 12%까지 급등한다. 이 과정에서 현행 법은 미혼인 20대의 경우 보유 주택 수를 따질 때 원칙적으로 부모와 동일 가구로 취급한다.
예컨대 현재는 부모가 1주택자라 하더라도 자녀가 6억원짜리 84㎡(전용면적) 주택을 살 경우 1%의 취득세율이 적용돼 600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재산세법이 개정되면 앞으로는 7%포인트나 오른 4800만원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부모가 2주택자일 경우에는 12%의 세율이 적용돼 취득세가 7200만원으로 껑충 뛴다.
정부가 이 같은 예외 규정 마련에 나선 것은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대폭 올리면서 20대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법적으로는 성인이라면서 왜 집 살 때는 아직도 애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기업 생산직이 되면 30세 이전에 몇억 원을 모아 집을 살 수도 있는데 지나친 조치 아니냐"는 20대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20대 직장인은 "6억원짜리 집에 12%의 취득세를 적용하면 웬만한 고급차 한 대 값"이라며 "30세 이전에는 집도 함부로 못사느냐"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와 관련해 취득세율 인상을 반대하는 다수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20대에 대한 별도 가구 인정 기준에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기준을 적용할 것 예정이다. 현재 양도세의 경우 소득세법 시행령 등을 통해 자녀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40%에 못 미치거나 미혼인 경우에 한해 가구 분리를 했더라도 부모와 동일 가구인 것으로 간주한다.
올해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월 175만7194원이다. 이의 40%는 월 70만2878만원인만큼 소득이 이에 못 미치는 미혼자에 한해 순수하게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금수저'로 간주하는 것이다.
반면 20대라도 소득이 충분히 소명되면 독립 가구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행안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실적인 주택 구매 능력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급여 등의 소득만으로 따지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청년 창업이 늘어나고 재테크를 통해 자산 증식 속도가 빠른 청년도 있는 등 20대 내에서도 경제적 능력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무 자르듯 30세를 기준으로 주택 구입 능력 유무를 판별하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가구 단위 합산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종합부동산세다. 현재 종합부동산세는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명의를 기준으로 '인별 합산'이 이뤄진다. 2008년 가구별 합산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인별 과세로 바뀌었다.
당시 헌재는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 재산까지 공유로 추정할 근거 규정이 없다"며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가족을 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독신자, 사실혼 관계의 부부 등에 비해 불리하게 취급받을 근거가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