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소재로 정부 사업 선점하는 외국계 화학사들

바스프, 환경부 시범사업에 친환경 단열재 '슬렌텍스' 공급
코베스트로 PC 필름, 전자여권에 공급 예정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외국계 화학사들이 특수 소재를 앞세워 정부의 친환경 사업을 선점하고 나섰다. 국내 화학업계도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소재(스페셜티)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바스프는 환경부가 오는 10월부터 시행하는 '유통물류의 2차 포장재 사용 없는 배송시스템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이 사업은 친환경 특수소재로 만들어진 '스마트박스'를 통해 포장재 없이 택배 물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바스프는 독자 개발한 '슬렌텍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친환경 단열재인 슬렌텍스는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콜드체인 배송에 적용된다.

슬렌텍스는 의약품이나 장기기증 등 온도 유지가 중요한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 소재다. 외국계 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 사업은 수익성이 적지만 상징성은 크다"며 "친환경·신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화학업계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코베스트로도 올해 말부터 발급되는 차세대 전자여권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PC)를 공급할 예정이다. 주민증과 차세대 전자여권의 재질이 PC로 변경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코베스트로가 정부와 사업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PC는 보안성이 높아 유럽 등 외국에서 이미 여권 제작에 사용하고 있는 소재다. 필름 한 장에 글자를 새기는 방식이 아니라 PC 필름 한 장마다 레이저로 정보를 나누어 새기기 때문에 위조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도 PC 생산이 가능한 중견기업이 있지만 정부는 코베스트로가 글로벌 PC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베스트로는 1953년 처음으로 PC를 개발해 상업화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보안 문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30개국이 코베스트로 PC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나 SK계열 화학사들이 M&A를 잇따라 단행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스페셜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체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자동차 특수 소재, 친환경 소재 등 앞으로 M&A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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