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문화대혁명 때 발생한 사기 사건, 연극 '만약 내가 진짜라면'

41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오는 19~29일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 '만약 내가 진짜라면'이 제41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선정돼 오는 19~29일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만약 내가 진짜라면'은 중국 국가1급 극작가 사예신의 대표작이다. 문화대혁명 시기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의 일환으로 농촌에서 생활하던 지식청년 리샤오장이 고위 간부의 자제를 사칭하면서 사건이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원작 희곡은 중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당시 스무 살 남짓의 청년이 어느 장군의 자제를 사칭해 많은 사람들을 사기친 사건으로, 사기 당한 사람들 중에는 문화계 저명인사와 현직 간부도 포함돼 있었다.

사예신은 감옥에서 청년을 직접 인터뷰하고 작품을 집필했다. 1979년 초연 당시 중국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얼마 뒤 공연이 금지됐다. 사예신은 항의의 표현으로 마지막 공연 당시 무대에 올라 허리를 숙여 이 작품에 대한 고별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 후 중국 본토에서 이 작품은 더 이상 공연되지 않았고 1981년 대만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금마상 최우수 극본상을 받았다.

농촌에서 일하던 리샤오장은 도시로 복귀하려 하지만 인맥과 편법을 총동원하는 특권층 자제들 때문에 여의치 않다. 도시에서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친구 저우밍화와도 다툼이 잦아져 답답하기만 하다. 결혼을 반대하는 저우밍화 아버지의 환심을 사려고 가짜 마오타이 주(酒)를 선물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홧김에 리샤오장은 고위간부의 자제를 사칭하고 여러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진다.

'만약 내가 진짜라면'이 그려낸 20세기 중국 사회는 흙수저와 금수저, 특권층과 그 2세들,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점철된 양극화 시대를 살고있는 21세기 한국 사회와 닮은 면이 있다.

드림플레이 테제21의 '만약 내가 진짜라면'은 극작가 사예신을 무대에 직접 등장시켜 해설과 지시문을 나레이션과 대사로 전달한다. 또 리샤오장에게 집중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각색해 저우밍화가 처한 상황과 성격에 변화를 주고 이를 통해 1979년 중국사회보다는 2020년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동시대적 관점에 좀더 집중한다.

23일과 24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에는 연출, 배우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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