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한국' 작곡한 폴란드 작곡가 펜데레츠키 타계

[사진= 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992년 우리나라 정부의 위촉으로 '한국'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을 작곡했던 폴란드 태생의 지휘자 겸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87)가 29일 폴란드 남부 도시 크라쿠프에서 타계했다.

1933년 폴란드 데비차에서 태어난 펜데레츠키는 평생 동안 음악을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고통과 죄의식 등의 주제를 다룬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린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91년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이 광복의 의미를 담은 곡을 펜데레츠키에게 직접 위촉했다. 펜데레츠키는 이듬해 교향곡 '한국'을 완성해 1992년 8월 KBS교향악단과 함께 초연했다. 2003년 서울대는 펜데레츠키의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줬다.

서울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 류재준은 펜데레츠키가 아끼는 제자다. 류재준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폴란드 크라쿠프 음악원에서 펜데레츠키를 사사했다. 펜데레츠키는 제자 류재준과의 인연으로 2009년 서울국제음악제 명예예술감독으로 위촉됐다. 지난해에도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성 누가 수난곡'을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이 악화돼 참여하지 못했다.

펜데레츠키는 아픈 현대사를 담은 곡을 잇달아 발표했다. 1960년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위해 작곡한 '히로시마(廣島) 희생자를 위한 애가'가 그의 대표곡이다.

'성 누가 수난곡'은 1966년 발표한 곡으로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을 담았다. 1996년에는 예루살렘으로부터 위촉받은 곡 '예루살렘의 7개의 문'을 발표했다. '예루살렘의 7개의 문'은 뉴욕타임스로부터 '20세기 마지막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1년 9·11테러 당시에는 반폭력 정신을 담은 피아노협주곡 '부활'을 작곡했다.

펜데레츠키의 음악은 영화에서도 사용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를 비롯해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1990)', '인랜드 엠파이어(2006)' 등에 펜데레츠키의 음악이 사용됐다.

펜데레츠키는 그래미상 후보에 여덟 차례 올라 네 번 수상했으며 4곡의 오페라, 8곡의 교향곡 등을 남겼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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