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악마를 만든 사회③]“돈 받아놓고 피해자 코스프레”…여전한 꽃뱀 프레임

판매 창구만 바뀐 채 여전히 유통되는 성착취 동영상
'꽃뱀 프레임'에 두 번 우는 피해자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미성년자·여성에 대한 가학적 성착취가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의 주요 인물 조주빈(24)이 검거됐다. 그간 조주빈의 행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성착취 동영상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고, 피해자들을 ‘꽃뱀’으로 내몰리며 여전히 고통 속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플랫폼만 옮겨 공유되는 ‘n번방’ 동영상=조씨가 유포했던 종류의 성 착취물을 사고 판다는 게시글들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경찰이 성 착취 음란물 유통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자 영상 판매자들은 점점 추적이 어려운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판매자들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여러 국가의 네트워크를 경유하거나, IP 주소를 우회해주는 특정 인터넷 브라우저를 활용하는 등 점점 지능화 되고 있어 수사에 난항도 예상된다.

경찰이 다크웹 등에 대한 수사도 강화할 방침이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2차 가해, 특히 영상을 시청한 행위만으로는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어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공조 등을 통해 텔레그램, 다크웹 등 여러 플랫폼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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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씌워진 ‘꽃뱀’ 프레임=‘원인 제공은 여자가 하지 않았겠느냐’ ‘당해도 싸다’. n번방 관련 기사나 게시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댓글들이다. 피해 여성들이 금전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꾸준히 올라온다.

일부 누리꾼들도 "돈벌이 수단으로 시작해놓고 왜 남성만 가해자로 몰고 가나", "일부 남성이 저지른 일로 모든 남성을 성폭행의 잠재적 가해자가 돼야 하는 현실", "26만이 모두 죄질이 같은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여학생들은 피해 볼 일 없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태와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전방위적인 수사뿐 아니라 가해자들에 대한 강경한 처벌과 두려움에 숨어든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촉구하고 나섰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은 “피해자와 가족은 매일 같이 온갖 매체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신고하느라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끝없는 2차 가해에 국민들도 “STOP!” 한 목소리='박사방'과 유사한 자료를 공유한 혐의로 구속된 '태평양'(텔레그램 닉네임) 사건 담당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최근 올라왔다. 해당 판사는 오덕식 판사로 과거 고 구하라씨 사건 재판 당시 협박에 사용된 성관계 영상을 확인해야겠다고 밝혀, 여성계로부터 '성 인지 감수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 25일에는 익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운영진'이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가해는 성범죄와 절대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며 "성범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해정하라"고 촉구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국장은 "사이버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자책을 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다. 손을 내밀면 언제나 도움을 주겠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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