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가 자랑하는 천하무적의 탱크라 알려진 T-14 아르마타(Armata) 전차의 납품이 5년만에 시작될지 여부를 놓고 러시아 내외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래 2015년 최초 공개 당시에는 2020년까지 2300대를 실전배치할 것이라던 러시아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아직 단 한대도 러시아 국방부에 납품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 러시아 최대 전차제조업체인 우랄바곤자보드(UVZ)는 러시아 국방부에 아르마타 탱크의 납품을 올해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르마타 탱크는 올해 5월9일, 러시아의 2차대전 승전기념일 행사에도 나올 예정인데요. 2차대전 당시 승리의 주축이 된 T-34 탱크와 함께 군사퍼레이드에 올해도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5년 전인 2015년 5월9일,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일에 처음 등장한 이후 2020년 2300대가 실전배치될 것이라던 아르마타는 아직 단 한대도 러시아 국방부에 납품되지 않았습니다. 테스트 역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워낙 광고를 많이 해왔던 탓에 러시아 전차의 수입을 검토 중이던 다른 나라들에서도 납품 개시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러시아정부가 주장하는 아르마타는 현존하는 지구 내에서 정말 무적의 탱크로 손색이 없습니다. 차체 전체에 스텔스 기능이 탑재돼 탐지가 어렵고, 어떤 대전차 화기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고 하죠. 두장의 강판 사이에는 폭발성 물질이 들어가있어 적이 쏜 포탄이 탱크를 관통치 못하고 그자리에서 터지게 돼있다고 합니다. 포탑은 무인기동되는데 12km 밖의 적 전차도 바로 탐지해 무너뜨릴 수 있고 대전차미사일이나 로켓을 바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다고 러시아 측은 주장하고 있죠.
또한 시속 90km로 달리면서 표적 탐지거리는 5km가 넘으며 드론과도 함께 운용돼 대공 능력도 갖추고 있고 주포의 타격 정확도는 기존 T-90 탱크보다 20% 정도 높다고 합니다. 스팩으로만 보면 정말 놀랍기 그지없는 전차지만, 도무지 납품은 안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와 UVZ가 초도물량 20대와 추가 계약한 80대까지 합쳐 2017년에 100대를 주문했다고 밝혔는데, 여전히 초도물량조차 들어오지 않았죠.
러시아 정부서도 이미 2년 전부터 답답함을 호소해왔습니다. 2018년 7월 러시아 정부에서 아르마타 계약을 취소하고 차라리 구형 T-72를 더 도입하는게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죠. 가격도 비싸고 더구나 도무지 전력화가 언제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탱크보다는 싸고 생산량이 월등한 구형 탱크를 대량 구매하는게 전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란 현실적인 반론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기존 국방부와 체결된 납품계약은 유지되기로 결정됐고, UVZ에서도 개발속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있죠.
아르마타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러시아 탱크에 비해 크기가 갑자기 커진데다 50톤짜리 무거운 탱크로 90km의 속도를 내려다보니 엔진이 금방 고장이 난다는 점이죠. 최대속력을 유지하려면 엔진 최대성능인 2000마력까지 끌어올려야하지만 이 경우 엔진수명이 매우 짧아집니다. 평상시인 1200마력 정도로 사용하면 1만시간 정도 쓸수 있지만, 최대성능으로 끌어올리면 수명이 5분의 1로 짧아지죠.
사실 주포나 크기, 화력면에서 러시아 전차의 장점은 미국이나 독일 등 서구전차에 비해 작고 가벼우며 기동이 빠르다는 점이었지만 아르마타는 그런 전통과 달리 서구 전차처럼 대형화가 이뤄졌습니다. 여기에 맞춰 고마력의 디젤엔진이 들어갔지만, 이정도의 대형 고마력엔진은 러시아군이 사용했던 전력이 없다보니 쉽사리 완성품이 못나오고 있다는 것이죠. 더구나 계속되는 유가 하락 속에 생산비용마저 계속 낮춰질 것을 요구받다보니 납품일이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