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낙관론에 구리 강세

위험자산 선호·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한 점도 상승 요인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불거진 이후 내리막을 걷던 전기동(전기 분해에 의해 정련된 고순도 구리) 가격이 다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양국이 오는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낙관론에 힘이 실리면서 위험자산인 산업금속, 특히 구리 가격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전기동은 톤당 615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미ㆍ중 무역분쟁이 불거진 2018년 상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구리 가격은 지난해 9월 초 톤당 5536달러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후 반등을 시작해 현재 6100달러선까지 상승했다.

구리 가격이 상승 흐름을 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구리 가격이 저점을 기록한 지난해 9월3일 이후 전날까지 KODEX 구리선물(H)는 10.5%, TIGER 구리실물은 4.7% 올랐다. 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은 더 높았다. 같은 기간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이 22.3%,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과 신한 구리 선물 ETN(H)가 각각 16.4%, 11.2% 상승했다.

'미ㆍ중 1단계 무역합의' 낙관론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불러오며 구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사이의 통상 마찰 우려가 줄면서 중국의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했다"며 "위안화의 가치 개선은 세계 구리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구매력을 높이고, 글로벌 수요 전망에 있어서도 비관론을 완화하기 때문에 구리 가격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여건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기동은 건설ㆍ통신ㆍ산업재ㆍ운송 등 다양한 산업에 전 방위적으로 사용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1990년대 이래 전기동 수요는 연평균 2.8%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기존 광산의 매장량이 소진되며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3분기 누계로 구리 광석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0.3% 감소했다"면서 "세계 상위 20개 동 광산의 생산능력이 전체의 35.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1910년 이전에 채굴을 시작한 광산으로 광석의 품위 고갈은 장기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가격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방 연구원은 "완화된 무역갈등 효과가 중국 경기지표를 추가로 개선시킬 경우 위험자산 선호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1차적으로 전 고점인 톤당 6500달러대 회복을 시도하고, 향후 이 저항선이 깨진다면 10년 평균인 6700달러대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기 이전 2018년 상반기 평균 톤당 6900달러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 연구원은 "중국 외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가격 상승 추세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구리 가격의 강세가 3월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아직까진 낮다"고 전망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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