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부동산 가격 논란의 진실, 땅값이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모 시민단체는 지난해 말 기준 대한민국의 땅값 총액은 1경1545조원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각 정부의 임기 내 땅값 상승률을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땅값 상승 금액이 2000조원으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하고 끝장토론을 제안하며 강공에 나섰지만, 정작 시민단체가 끝장토론에 응하자 한 발 물러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국민은 혼란스럽다. 먼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공신력이 있는 부동산 가격 등 통계 자료를 생산해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매년 우리나라 전체의 토지 가격, 사유 토지의 가격 등을 산출해 시계열적 자료를 공표했으면 이 같은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이론, 의식 등에 관해 대국민 홍보를 통해 국민 의식을 전환하는 데 소홀한 측면도 있다.

부동산 가격은 대상과 기관, 개인에 따라 다르고 인식 차이도 작용하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부동산 가격은 공시지가(표준지공시지가ㆍ개별공시지가), 공시가격(단독주택 공시가격ㆍ공동주택 공시가격), 기준시가, 감정가(보상ㆍ담보ㆍ과세ㆍ청산), 실거래가, 호가, 시세 등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조건에 따라 정상가격, 특정가격, 한정가격으로 나누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정가가 없다'라는 원리를 인정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르다'라는 이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에서는 2006년 1월1일 도입된 '실거래가' 기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에도 많은 오류가 있다. '실거래가가 곧 부동산 가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세 10억원 정도인 아파트가 있다고 치자. '갑'은 이 아파트의 향과 층, 입주 조건까지 너무 마음에 들어 꼭 사고 싶지만 소유자가 팔려고 하지 않아 시세보다 훨씬 높은 15억원을 제시해 매수했다고 가정하면 그 단지의 아파트는 모두 15억원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산정 목적이나 근거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제시하고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최근 시민단체와 정부의 주장도 "땅값이 얼마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이에 앞서 산정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땅값 산정 근거가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도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국토부의 땅값 산정 기준은 국가의 공식 통계인 한국은행의 국민대차대조표를 근거로 한다. 국민대차대조표상 땅값은 우리나라 전체 토지 면적에 전국 평균 토지 가격을 곱해 산출한다. 평균 토지 가격은 공시가격, 실거래가격, 감정평가가격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전국 1만2000곳의 토지와 6만가구 정도의 주택 표본을 실제로 조사해서 땅값을 추정했다고 한다. 정부의 전국 평균 토지 가격과 표본을 실제로 조사해서 추정한 가격 중 어느 것이 신뢰성이 있을까. 둘 다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표본이 잘 선정됐는지, 추정한 가격이 정상가격인지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매년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토지 가격, 건물 가격, 소유 현황, 조세 현황 등 부동산에 관한 시계열 통계 자료를 공표해 대국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또 이러한 기초적인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야만 정책의 실효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경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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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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