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 흔든 미중, 이번엔 부채폭탄 장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부채, 특히 기업부채에 또 다시 경고장을 날린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속된 양적완화 부작용을 꼬집고 대응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매체 CNBC는 IMF의 경고를 전하며 "금융 위기를 피하기 위해 사용된 부채가 이제 주요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불과 석 달 전에도 IMF는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할 경우 즉각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부채 규모가 19조달러에 달한다며 '기업부채 시한폭탄'을 껴안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IMF는 17일(현지시간) 업데이트한 글로벌 부채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두 축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의 부채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IMF는 "각국 기업들이 금융 투기를 위해 부채를 확대함에 따라 다음 경기 침체 시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은 더 커졌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에서조차 부채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대다수 국가가 다음 경기 침체에 대비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 정책은 2008년 당시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경제를 회복시키고 지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부채 급증, 위험자산 쏠림 현상 등이 나타나 또 다른 위기의 뇌관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 세계 투기등급 기업부채는 이미 금융 위기 수준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MF에 앞서 부채에 대한 경고음을 쏟아내온 국제금융협회(IIF)는 "전 세계가 터지지 않은 폭탄 위에 앉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앞서 IIF가 올 연말을 기준으로 추산한 부채 규모는 255조달러에 달한다.

주요 기관들은 특히 급증하는 기업부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부채는 현재 10조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업들의 부채는 560억달러 순증했다. JP모건은 향후 2년간 2100억달러, 3년 내 3050억달러 규모의 'BBB' 등급 채권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체 BBB 등급 채권 중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10여년간 중국의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다른 주요국 대비로도 급격한 상승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년간 기업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추진 중인 각종 정책은 되레 민간기업 부도율을 높이는 결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미국 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평가되는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채 문제를 손꼽으며 중국의 기업부채를 별도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우려에 기인한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중국의 기업부채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연구원은 2008년 4조달러이던 중국의 기업부채 규모가 지난해 19조8000억달러로 4배 가까이가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파비오 나탈루치 IMF 수석 연구원은 "급작스러운 긴축 정책 등 금융 여건이 만들어질 경우 취약성이 드러나고 자산 가치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경우 기업들이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많이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선 자체 생존 능력이 없는 '좀비기업'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국가의 부채는 다양한 영역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헬스케어, 연금 등에 쓰는 연방지출이 늘었으며 민간 영역에선 학자금 대출 비중이 높았다. 호주의 경우 집값이 폭등하면서 모기지 대출이 급증했다. 이미 IMF로부터 자금을 빌린 아르헨티나는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이란 예고가 나온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다음 경기 침체가 언제 시작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는 리스크들은 대부분 높은 부채 수준과 관련돼 있다"고 평가했다. 로드리고 올리바레스 카미널 런던대학교 교수는 "급증하는 부채는 고령화, 소득불평등, 낮은 통화준비금 등 여러 국가에서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불행히도 세계는 어떤 작은 촉매제만 있으면 언제든 발발할 수 있는 부채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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