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시험했다' 위협한 北…주민들에겐 '쉿'

노동신문, '중대 시험' 관련 보도 안 해
北, 대미메시지 내면서도 내부엔 미공개
연말까지 대화여지 남겨두며 수위 조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조업식 참석 모습.

북한이 8일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대외에 밝혔으나 정작 북한 내부 주민들에겐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정세 변화를 고려하며 대화 여지를 남겨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를 보도하지 않았다.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2019년 12월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발표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북한이 다음 날 실험의 내용과 사진을 공개할지, 또 이 소식을 어느 정도의 무게를 담아 보도할지를 두고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이 사진은커녕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중대한 시험'은 미국의 변화를 압박하는 대외용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관측에 힘이 쏠린다.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한은 최근 강도 높은 고위급 담화를 수차례 발표했지만 관련 내용을 대내 매체에 싣지는 않았다.

가령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인물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5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필요시 대북 군사력 사용' '로켓맨' 발언에 대해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앞서 4일에는 북한 인민군 서열 2위 박정천 총참모장이 "신속한 상응 행동"을 언급하며 "미국에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들 담화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을 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관영 매체에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의 대외 메시지 발표 시각도 정확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최 제1부상과 박 총참모장의 담화는 지난 4일과 5일 워싱턴DC 시간으로 오전 8시께(한국시간 오후 10시)에 발표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월 7일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었다고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손뼉 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지난 4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12월 하순에 소집한다'라고 발표한 것 역시 대미 압박 행보로 해석된다. 당 전원회의 개최 예고를 실제 소집일보다 한 달 앞서 발표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보통은 2~3일 전에 예고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론 총력전에 들어선 것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편 대미 메시지를 자제한 9일 자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양덕온천을 조명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신문은 '신비롭고 매혹적인 양덕온천의 치료 효과' '우리 당이 인민에게 안겨주는 선물-양덕지구의 별천지' 등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대거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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