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민 80만명 또 거리로…'연금개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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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주요 교통수단과 공공기관 등이 일제히 멈춰섰다.

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의 도시 곳곳에서 약 8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했다. 프랑스의 주요 노동·직능 단체들은 정부의 연금개혁이 은퇴 연령을 늦추고 연금의 실질 수령액을 감소시킬 것이라면서 전국 250여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 추산 장외집회 인원은 28만5000여명이었다.

이날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프랑스 고속철(TGV)과 지역 간선철도의 90%의 운항이 취소됐고, 항공 관제사들도 파업에 돌입해 프랑스 최대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국내선의 30%, 중거리 해외노선의 15%의 운항 스케줄을 취소했다. 파리 지하철 노조도 연금개편 저지 투쟁에 동참해 수도권 지하철 16개 노선 가운데 11개 노선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교직원들도 파업에 가세해 대부분의 학교 수업이 취소됐고, 병원과 기타 공공기관들도 파업으로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파리의 관광명소인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도 직원들의 파업으로 이날 문을 닫았으며,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 현대미술관도 일부 전시관을 이날 폐쇄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주요 무역항인 르아브르에서도 총파업과 장외집회로 항구 기능이 일부 마비됐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연차를 내고 아예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파리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검은 복면을 착용한 시위대가 트레일러 트럭을 전복시켜 불을 지르고 노변 상점들의 유리창을 파손했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연금체제 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올해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다. 이를 놓고 정부와 노동·시민사회의 팽팽한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42개에 달하는 복잡한 퇴직연금 체제를 간소화하고,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가연금 체제로의 개편을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직종별로 다양하게 분화된 연금 시스템을 단일 체제로 개편함으로써 직업 간 이동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제고한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프랑스의 주요 노동·직능단체들은 퇴직 연령이 늦춰져 실질적인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 아래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퇴직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법정 은퇴 연령인 62세를 훨씬 넘겨서까지 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정부는 과거에도 대대적인 연금개혁에 나섰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개혁이 좌절된 전례가 많다.

1995년 당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지금과 비슷한 연금개혁에 나섰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다. 이후 2003년, 2010년에도 정부가 대대적인 연금개편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노동계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해 흐지부지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0년에도 몇 달간 수백만명이 거리에 나와 연금개혁 반대시위를 벌였다. 다만 사르코지 정부는 진통 끝에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는 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프랑스 정부는 총파업과 장외집회의 추이를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2일 연금개혁 계획을 구체화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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