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매운맛이 대세! 우리 향신료 재피

팔순을 맞은 친정 아버지의 식탁에는 후추가루처럼 생긴 가루가 담긴 작은병이 하나 있다. 식사하시기전에 병을 열어 온갖 김치에 후추가루를 뿌리듯 톡톡 뿌려 김치를 뒤적인후 드신다. 아버지의 김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이 가루의 정체는 ‘재피’이다.

재피는 ‘조피’, ‘지피’, ‘남추’, ‘진초’라고도 부르는 우리나라 향신료중에 하나이다. 주로 남쪽 지방에 많이 분포하는데 톡 쏘는 매운맛과 톡특한 알싸한 맛을 낸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시장에 나가면 작은 손수레에 재피만을 담아 나온 아저씨가 즉석에서 재피를 빻아서 가루를 만들어 주었다. 김치를 담는 날이면 재피를 한봉지 사오셔서 고춧가루로 양념한 김치에 약간 털어넣고 김치 담기를 마무리 하셨다.

배추 김치에도 넣었지만 특히 여름철 열무김치에는 빠지지 않는 양념중에 하나였다.

재피보다는 산초에 더 익숙한데 재피와 산초를 같은 향신료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재피와 산초는 요리에 사용하는 방법이 비슷하기는 하나 다른 재료이다.

재피는 잎과 열매의 껍질을 주로 먹고 열매는 잘 먹지 않는다. 반면 산초는 잎은 먹지 않고 주로 씨앗을 먹는다. 재피는 여름철 음식에 주로 활용하는데 몸 속을 살균하는 역할을 하고 비린내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붉은색 열매를 따서 말리면 열매껍질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건조되면 가루를 내어 주로 사용하는데 재피 열무김치는 재피의 향이 열무김치와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산패방지의 효과가 있어 여름철 김치가 잘 시어지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해 주기도 한다.

또 생선의 비린내, 육류의 누린내를 제거해 주니 매운탕에 넣어 먹기도 하고 재피잎은 장떡으로 부쳐먹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이 고춧가루를 처음 접했을 때 익숙하지 않은 맛 때문에 거부감을 갖고 있듯이 재피도 그렇다. 그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여기저기 후추가루처럼 넣어서 먹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맛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매운맛에 열광하는 시대인 요즘 새로운 매운맛을 알고 싶다면 맛 볼만하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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