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덜 해로운 담배는 없어… 수입 신중해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이 된 폐 질환 환자가 보고된 뒤 그 피해자는 계속 증가해 어느덧 1888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37명으로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퇴출시키겠다는 뜻을 밝히고 식품의약국(FDA)에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미시간주를 비롯한 몇몇 주는 주정부 차원에서 먼저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시켰다. 월마트 같은 일부 대형마트도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청와대에서 이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당분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다'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 발표 이후 편의점 1~5위 업체가 모두 자발적으로 가향 액상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이 편의점 점포 수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액상 전자담배는 위기에 몰린 셈이다.

이를 두고 전자담배업계에서는 정부가 전자담배의 해로움을 과장해서 부당한 대접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미국에서 액상 전자담배가 폐 질환을 일으킨 것은 대다수가 대마초(마리화나)의 핵심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함유한 제품이니 대마초가 불법인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른데 왜 액상 전자담배를 괴롭히느냐"는 논리다.

미국에서는 의료용 대마초가 33개 주에서 합법화돼 있고, 오락용으로도 허용된 주가 11개 주이기 때문에 대마초를 구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본부에서는 액상 전자담배로 인한 폐 질환을 조사해 아직 최종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THC와 어떤 형태로든 연관성이 있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낸 듯하다.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이유로는 덜 해로운 담배로 바꾸자는 생각이 컸을 테고, 사람에 따라 냄새가 덜 나고 눈에 덜 띄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폐 질환 사태 때문에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전자담배를 그만둬야 할지, 심지어는 원래 피우던 궐련으로 돌아가야 할지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폐 질환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담배에도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를 비롯한 발암 성분이 들어 있다. 일반 궐련과 비교하면 대체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발암 성분도 적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자담배를 사용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식품이나 음료에 발암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생각해보자. 그 제품의 시판을 허용하겠다고 복지부 장관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발표한다면 국민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아마 무책임한 장관이라고 무시무시한 질타를 할 것이 틀림없다. 그 회사의 뒷돈을 먹지 않았느냐고 의심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모두 수입품이며 36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또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니코틴을 추출했다고 주장하는 액상 전자담배는 70개 제품이 시판되는데 이들 제품은 모두 니코틴 농도와 추출 방식이 달라 그 성분이 다양하다. 또한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니코틴 액상을 조작하면서 농도가 달라지거나 불순물이 들어가 또 다른 위험을 낳고 있다.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덜 해로운 담배를 찾아나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동안 니코틴 중독에 코가 꿰여 끊임없이 발암 물질을 흡수하는 굴레에서 이제야말로 벗어날 때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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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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