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 깜짝 만남 온도차…연내 정상회담 가능할까

日언론 박한 평가에도 관계회복 공감대 형성
文 만난 美 오브라이언 "한일 관계 낙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11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13개월 만에 만나 대화를 나눈 시간이다. 통역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대화 시간은 더 줄어든다. 그럼에도 이번 대화의 의미는 상당하다. 향후 본격적인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 간의 환담은 마치 지난 6ㆍ30 판문점 북ㆍ미 정상 만남을 연상시킨다. 외교는 모든 것이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된다. 북ㆍ미 정상 만남이나 이번 한일 정상 환담은 이런 틀을 깬 정상들의 결단이다. 한일 관계도 짧은 만남이 계기가 됐지만 현재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관계 회복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향후 양국 간 본격적인 외교 협상과 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문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지 않은 아베 총리의 변화도 중요한 포인트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번 만남에 대해 박한 평가를 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도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중ㆍ일 관계도 최근에는 복원돼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추진되는 만큼 한일 관계도 시간은 필요하지만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5일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베 정부에 비판적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두 정상의 만남에 관해 '적극적인 한국과 매정한 일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아베 총리가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부의 상황도 관계 악화를 방치하기에는 정치ㆍ경제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됐다고는 하나 미ㆍ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세계 무역 부진은 한일 경제에 모두 부정적이다. 아베 정부는 개각 후 각료가 연이어 추문에 휩싸여 낙마했다. 문 대통령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역풍 돌파와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 양측 모두 핵심 지지층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탈출구를 모색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앞둔 상황인 만큼 미국의 등판도 가시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대신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났다. 청와대는 북한 문제와 함께 한일 관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지난 2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도 노력을 경주해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 차원을 넘어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거론된 만큼 미국 측이 한일 관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일본 NHK방송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문 대통령과 만난 후 "한일 관계에 대해 낙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한일이 잘 지내는 게 미국의 이익"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한일 간 외교 라인을 통한 협상 결과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 외교 라인을 통한 교섭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앞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시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일 관계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외교 라인을 통한 해법이 부상한 만큼 일본 외무성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한일은 이달에는 일본에서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할 차례다. 이어 이달 말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 회의에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만날 수 있다. 이어 12월 중국에서 열리는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연내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해볼 수 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정현진 기자<ⓒ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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