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높이는 자사주 취득 후 소각… 효과는 ‘글쎄’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자사주 소각에 나선 기업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잠재적 유통물량이 사라지는 효과가 발생해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반응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주식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두산중공업, 휠라코리아, APS홀딩스, 휴젤, 이씨에스, 라이브플렉스, 상상인, 녹원씨엔아이, 덕우전자 등 9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곳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두산중공업은 4158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취득예정 주식은 2014년 12월6일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1320만3540주 중 1290만4210주로 오는 12월6일 상환청구를 통해 장외직접매수해 취득 후 즉시 소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APS홀딩스도 15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69만8808주를 지난 11일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소각된 물량만큼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승하고 미래에 배당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은 대부분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익소각’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행주식 수는 줄지만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는다. 당장은 이익잉여금이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지만 그 결과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상승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며 유통주식 물량을 줄였지만 이들 기업은 눈에 띄는 주가 흐름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주식소각을 공시한 9개사 중 공시 이후 전날까지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덕우전자(41.58%)만 두 자리 수 수익률을 거뒀고, 라이브플렉스(4.36%), 이씨에스(0.94%)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반면 상상인(-31.23%)과 APS홀딩스(-12.07%)는 두 자리 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자사주의 소각결정 또는 소각 이후에도 주가가 유의미한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하는 것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결정보다 선행해 이뤄지면 자사주 매입 당시에 가격 상승분이 주가에 일정 부분 먼저 반영되는 경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각결정이 자사주 매입 이후에 공시됐다면 자사주 매입 시점에 주가 상승분은 이미 선반영 됐을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 등 3개사는 향후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6개사는 이미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소각비중도 아쉬운 대목이다. 소각비중이 높을수록 주주들의 지분율 상승폭도 확대되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크기 마련이다. 하반기 주식소각을 공시한 9개사의 평균 발행주식수 대비 소각비중은 3.45%로 나타났다. 소각비중이 10%가 넘는 곳은 이씨에스(12.11%) 한 곳에 불과했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도 휠라코리아(0.56%), 상상인(0.93%) 등 두 곳이나 됐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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