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완화-안전보장' 모두 내놓으라는 北

"제재 목적은 정권교체…양보하면 망한다"
北美 '안전보장' 교집합 속 제재완화 연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겁을 먹고 양보하면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경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UN)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체제 안전보장과 직결시키면서 제재와 안전보장이 별개의 의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제국주의자들의 제재는 만능의 무기가 아니다'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국제무대에서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른 나라들의 자주적 발전을 억제하고 농락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그 어느 때보다 악랄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휘두르며 무릎을 꿇게 하려는 것이 제국주의자들의 속심"이라며 "한걸음의 양보는 열걸음, 백걸음의 양보를 가져오고 종당에는 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은 그 누가 가져다주거나 지켜주지 않는다. 오직 제국주의자들과의 투쟁을 통해서만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제재의 목표는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라며 제재와 체제 안전보장을 연계했다. 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들의 경제를 혼란시키고 민심을 불안케 하여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저들에게 예속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 사례로 이라크와 리비아를 언급하며 "제국주의자들의 위협과 공갈, 제재압박이 두려워 동요하면서 물러서다가는 국권을 유린당하게 되며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라크의 지도자 사담 후세인은 유엔의 무기 사찰을 수용했음에도 미국의 침공 이후 권력을 뺏기고 사형됐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핵무기를 폐기하고 몇 년 되지 않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 도중 사살됐다. 신문은 이라크와 리비아 사례를 염두에 두고 대북제재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미 실무협상 전후로 '체제 안전보장'을 강조해왔고 미국도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힘쓰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안보이익을 고려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제재와 안전보장을 '동면의 양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先)안전보장-후(後)제재완화' 식의 접근은 타당하지 않으며, 안전보장과 제재완화를 패키지로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안전보장을 거론하고 있지만, 카다피와 후세인이 제재로 인해 몰락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안전보장은 곧 제재완화'라고 강변하는 셈이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보도일 기준) 삼지연 건설 현장에서 미국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에 대한 "인민의 분노"를 언급하면서 백두산에 올라 '중대결심'을 시사한 이후 북한 매체들은 대내외적으로 자력갱생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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