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재도약 내걸었지만 갈팡질팡

다양한 변화 꾀했으나 갈 길 멀어…남포동 행사 등은 절반의 성공
"재정 어려워 처음으로 은행 대출…부산시 등과 협의해 개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새로운 도약을 내걸었지만 역부족했다. 오늘(12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현 주소다. 다양한 변화를 꾀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갈팡질팡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 부산 해운대 산업영상센터에서 한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번 영화제 관람객이 18만9116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의 19만5081명보다 5965명이 적다. 화제를 모은 영화가 많지 않았다. 세계 첫 상영인 ‘월드프리미어’와 자국을 제외한 세계 첫 상영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에 집착한 나머지 국내 상업영화를 소홀히 한 결과다. 유명 배우들의 발길이 줄어 시민의 관심을 유발하는데 실패했다.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명분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정일성 회고전’,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 코너 등을 마련했으나 내용, 구성 등이 앞서 수도권에서 진행된 행사와 다르지 않았다. 영화인들의 결속을 유도하는 사업이나 기념 행사도 전무했다. 다수 영화인들은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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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는 개막식에서 아세안의 문화 다양성 추구를 약속하며 미얀마 노래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합니다’를 합창했다. 그러나 관련 주제를 담은 영화 몇 편을 상영하는데 그쳤다. 별도 행사는 ‘남·동남아시아 영화의 미학적 동력으로서 젠더·섹슈얼리티 포럼’이 유일했다. 오히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관련 질문 등의 자제를 요청해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는 인상을 줬다.

영화제 영역을 남포동으로 넓혀 진행한 것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커뮤니티 비프’는 배우 김지미 등이 참여한 토크 행사와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으로 많은 관객을 유도했다. 연령대 또한 노년층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상영 시설, 사전 관객 확보 등에서 적잖은 흠을 노출했다. 일부 영화인과 관객은 이동에 어려움도 토로했다. 영화제의 거점이 영화의전당과 해운대라서 영화 관람이나 프로그램 참여에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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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이사장은 “관객 수를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영화관이 너무 분산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화제 예산이 11년째 동결됐다. ‘열정페이’, ‘주 52시간 근무’ 등으로 재정이 어려워져 올해 처음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부산시와 문화관광체육부, 국회 등과 협의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한편 베트남 짠 탱 휘 감독의 ‘룸’과 이라크 모하나드 하이얄 감독의 ‘하이파 거리’는 뉴 커런츠 상을 수상했다.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자한 지석상은 파키스탄 사마드 술탄 쿠사트 감독이 만든 ‘인생의 곡예’와 인도 프라디프 쿠르바 감독의 ‘낯선 가족’에 돌아갔다. 올해의 배우상은 ‘에듀케이션’에서 주연한 김준형과 문혜인이 받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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