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파제' 외화예금…뒷걸음질 더 빨라졌다

외화예금, 2017년 12월 830억달러로 정점

단기해외차입 필요성 줄이고 환율 변동성 낮춰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환율 오르자 작년부터 뚜렷한 감소세

과거 같은 상승 동력 받기 어려워

환율 조작국 우려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외화예금 늘려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외환 시장에서 '민간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화예금의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관계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화예금은 기업과 개인들이 벌어 들인 달러를 국내은행에 맡겨 놓은 돈으로 전체 규모 중 기업이 80%, 개인이 2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외화예금이 늘어나면 국내은행들의 단기 해외 차입 필요성을 줄이고 환율 변동성을 낮춰 거시 건전성이 개선된다. 외화예금이 줄면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4일 한국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2년 12월 360억달러 수준이었던 외화예금은 2017년 12월 830억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부터 감소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3년4개월만에 최저치인 632억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최근 외화예금은 다시 반등해 7월말 기준 696억달러를 기록했으나 회복세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외화예금은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2017년까지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2012년 487억9000만달러에서 2015년 1051억1900만달러까지 경상수지는 수직 상승했다. 수출 기업이 벌어들이는 달러 유입량이 밀려와 외화예금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외화예금 상승세는 작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경상수지(764억달러) 증가세가 주춤해진 사이 미ㆍ중 무역분쟁이 촉발되며 하반기부터 원ㆍ달러 환율이 급상승한 것이 원인이었다.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많아지자 작년 6월 외화예금은 676억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말부터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 수출이 급감하고 덩달아 경상수지도 쪼그라들면서 하락 추세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7년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내고 환율도 오르기 시작했던 올 4월 외화예금은 632억달러에 그쳤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8월에 700억달러까지 오르긴 했지만 몇몇 기업들이 해외현지투자를 위해 달러채권을 발행한 것 때문에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이 지속돼 경상수지가 줄어들고 미ㆍ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외화예금이 과거와 같은 상승 동력을 받기 어렵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과거에는 원화강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증가했지만 미국 재무부는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의한 원화강세 대응에 비판적"이라며 "민간 외화예금이 환율 안정화 역할을 자연스럽게 떠안는 순기능이 있으므로 외화예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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