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앞장서 이끈 도시 재생… 버려진 기와집이 월 1200만원 버는 마을 카페로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는 전남 순천시 도시재생 현장 가보니
주민이 앞장서고 관이 지원하면서 구도심에 다시 활력 찾아와

▲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주민들로 붐비고 있는 전남 순천시 마을카페 '청수정'. (제공: 순천시)

[순천(전남)=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전남 순천시 '청수정'은 3년 전만 해도 버려진 기와집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찾은 청수정은 점심식사를 하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청수골 새뜰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된 뒤 직원 수 18명, 월 매출 1200만원의 식당 겸 카페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난 덕분이다. 어르신들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전통과자 '오란다' 공장도 들어섰다. 지난해에만 1만5790명이 다녀갔다.

청수골이 위치한 향동과 중앙동 등 순천 도심 일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쇠락한 구도심이었다. 1990년대부터 순천 동쪽의 신대지구 등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구도심 지역은 인구가 47% 감소하고 노후주택이 55%에 달하는 등 점차 도시의 생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2013년 순천만 국가정원 조성을 계기로 도심 재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주민들 사이에서 나왔고, 순천시는 주민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지원했다. 도시재생 선도사업 지구의 계획 수립부터 공사, 이후 운영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하나 없다. 순천시 도시 재생의 가장 큰 특징으로 '주민 주도'를 꼽는 이유다.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2016년 3월 순천시청 앞에는 '순천부읍성 서문안내소' 설계안을 결사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과거 읍성의 성곽 형태를 따 만든 7m 높이의 안내소가 과거 성 안과 밖의 정서적 차별을 상기시킨다는 이유였다. 양효정 순천시 도시재생과장은 "관(官)에서 간과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설계안은 뒤집혔고, 1년여 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높이를 절반인 3.65m로 낮춘 현재의 설계가 나왔다. 사람의 체온 36.5도의 의미도 담았다.

▲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처음부터 다시 설계된 전남 순천시 '순천부읍성 서문안내소' (사진: 이춘희 기자)

안내소 안에는 마을 방송국, 도서실, 전시관 등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시설이 들어섰고, '장안 창작마당', '김혜순 한복공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시설을 일종의 '앵커 시설'로 조성해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민간도 함께 움직이며 여러 점포가 새로 들어서 이른바 순천 '옥리단길'이 조성됐다.

도시재생의 성과는 지표로 이어졌다. 2014년 187가구에 달했던 구도심 내 빈집은 7가구로 줄었다. 40개의 사회적 경제기업, 156명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관광객도 1.7배 가량 늘었다. 주민의 만족도도 2015년 72%에서 2017년 91%로 훌쩍 뛰었고, 대한민국 도시대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등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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