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대입제도 개선의 선결조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대학 입시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지난 1일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당시 조국 후보자 딸의 대학입학 논란과 관련해 "대입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데 이은 두번째 발언이다. 한달 내내 조 장관의 자질 검증과는 거리가 있는 자녀의 입시문제가 사회적 화두였던 만큼 문 대통령도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국민들이 가장 분노한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대입제도가 단순히 입시만 손본다고 달라지는 게 아닌 만큼 이번엔 "고교교육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좀 더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개선안을 주문한 셈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교육부는 즉각 "개혁안을 신속히 마련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속내는 한층 복잡해졌다. 이번 장관 임명 과정에서 드러났듯 과거뿐 아니라 현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어 이를 어떻게든 손봐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불과 일년 전 겨우 마무리 지은 대입제도 개편안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큰 틀에서 '개선'과 '보완'이 이뤄질 터인데, 교육계에선 벌써부터 이런저런 예측들을 내놓고 있다. 수시 대 정시 확대 논란부터, 학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 여기에 자사고ㆍ특목고 재지정 논란까지 교육당국이 풀어가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솔직히 그 어떤 대책도 교육계 이해당사자와 학부모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게 뻔하다. 공교육은 늘 사교육보다 한 발 늦었고,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악용하거나 독점하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었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부유층들에게 유리한 편법이 생겨날 것"이라는 사교육업계 관계자의 말은 바꿔 말하면 "어떤 제도가 나오든 가난한 학생들은 불리할 것"이라는 냉소가 됐다. 오죽하면 "지금 입시제도 기준이 너무 모호해서 차라리 그대로 두면 우리사회의 대학 서열화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웃지 못할 한탄이 나올 지경이다.

그 어떤 대책에 앞서 필요한 건 교육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이다. 학생 누구나 학교 수업과 교사의 평가를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모든 입시 전형을 투명하게 하고 각종 비교과 활동에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개입할 여지를 두지 않아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학교나 대학, 불법과 비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 같은 조건들이 선결돼야만 새로운 대책이나 논의도 의미가 있다.

가능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이를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절차적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 당장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꾼다고 하면 학생과 학교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바로 손 볼 수 있는 부분과 앞으로 시간을 두고 차차 바꿔나갈 수 있는 사안을 분리해 예측 가능한 입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개혁과 공정을 주장하던 장관 후보자가 자녀의 특혜입시 의혹으로 곤혹을 치뤄야 했듯, 불공정한 교육 현실을 바로잡지 못하면 그 분노는 사회로,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조인경 사회부 자창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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