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저지른 뒤 또 다시…'사회적 낙인' 때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 이슈페이퍼 발행
10년 간 소년범 감소했지만 1년 이내 재범률 늘어나
또래 장난으로 우연히 범죄→중범죄 이어져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로는 '사회적 낙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청소년 이슈페이페 '청소년 비행, 낙인이 아닌 포용'을 발행했다.

이슈페이퍼가 인용한 '2019 범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년범(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은 최근 10년 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소년 보호관찰자의 경우 보호관찰 기간 1년 이내 재범을 저지르는 비율이 2015년 83.3%, 2016년 88.6%, 2017년 90.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범죄로 소년원에 수용됐다가 출원 후 1년 이내 재입원한 소년범의 비율 또한 2014년 9.5%에서 2016년 14.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18 청소년통계'를 살펴보면 18세 이하 소년범죄 유형 중 공갈, 폭행, 상해 등 강력(폭력)범죄 비율과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과 같은 강력(흉악)범죄 비율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등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비행청소년 5명과 비행청소년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청소년 비행은 범죄라는 의식 없이 또래와의 장난으로 우연히 시작돼 이후 무단결석, 음주·흡연, 행인 시비 걸기 등 청소년이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금지된 비행과 일탈 행동(지위비행)으로 이어지고 점차 특수절도, 무면허운전, 집단폭행과 같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청소년 비행(중비행)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비행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 준법의식 부재, 낮은 통찰력'등의 개인요인과 '가족 간의 갈등, 가정폭력 경험, 가족의 무관심'과 같은 가족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비행 또래친구로부터의 집단압력, 정서적 지지'와 같은 또래요인도 비행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 비행 재범의 주요 원인으로는 '사회적 낙인'이 꼽혔다. 부모, 교사 등 청소년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범죄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비행 청소년의 변화 의지를 좌절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결국 다시 비행 행동을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년 A(21)씨는 "앞으로 절도 안 하고 마음잡고 알바하고 있는데 무리했는지 맹장이 터져서 입원을 하게 됐다"며 "그런데 담임 선생님은 믿지 않고 무단결석이라고 말해서 정말 다 싫어서 학교도 안 가고 오토바이를 훔치는 절도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비행청소년은 재판과정에서 겪게 되는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비행중단 의지를 갖게 되고, 이후 부모, 교사, 상담자의 지지와 조력으로 비행을 극복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이슈페이퍼를 통해 "비행청소년의 재비행을 지속·강화하는 요인으로 사회적 낙인이 중요하게 나타난 만큼, 부모, 교사 등 비행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지지망을 강화하고, 상담자의 전문적 개입을 통해 비행 청소년들이 미래의 꿈과 진로를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전국 18개소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의 감호위탁 처분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비행청소년들이 반복된 비행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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