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곳곳서 손실 우려…부실투자 원인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유현석 기자]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각종 문제들이 속속 발생하면서 국내의 해외 부동산 투자 붐이 지나치게 과열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투자자들끼리 과도한 투자 경쟁이 부실투자로 이어져 투자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증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대표적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J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JB 호주NDIS펀드'를 판매했다. 기관투자가가 2360억원, 법인과 개인 투자자가 904억원을 이 펀드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호주 현지 투자회사인 LBA캐피털이 호주 정부의 장애인 주택임대사업과 관련해서 진행하는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LBA캐피털은 대출 계약과 달리 토지를 사면서 계약을 위반했다. KB증권과 펀드 운용사인 JB자산운용은 최대한 원금을 회수할 계획이지만 일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경우 현지 투자사가 임의로 계약을 위반했지만 국내 증권사가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면서 "현지 투자사로부터 일종의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가 파생결합증권(DLS) 형태로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도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DLS를 발행했는데 이 펀드가 투자한 독일 현지 부동산 개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부동산펀드와 DLS 만기를 계속 연장하면서 손실을 확정하지 않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 사례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완공된 빌딩이 아니라 사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추진 단계에서 투자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프로젝트 단계에서 투자하는 경우 해당 사업이 계획대로 성사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투자액을 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안정성이 높은 해외 부동산 투자 물건은 대부분 한 번에 거액을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이 가져간다"면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로 모집하는 해외 부동산 투자 물건은 기관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품이어서 투자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는 해외 투자라고 해서 안전성이 높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국내 금융지주사 계열의 한 보험사는 해외 대체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지난해 실적이 고꾸라졌다. 흑자였던 보험사가 단숨에 적자로 전환하면서 금융 계열사 전체적으로 해외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운용사의 투자실적이 적거나 확실한 안전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해외 투자를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 해외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증권사들이 손실을 확정하지 않고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투자 건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언제 손실을 확정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정밀한 실사를 거치지 않은 부실투자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리스크 점검 등에 대한 투자 결정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직접 투자처를 발굴하지 않고 브로커나 IB들이 보유한 물건에 투자하다보니 정밀 실사 등의 합리적 투자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건의 경우 실사도 없이 그대로 국내 상품으로 개발하는 펀드매니저도 있다"면서 "다수의 브로커를 거친 물건이 국내로 유입되는 형태의 투자처 발굴이 보편화돼 있어 투자 자산의 실체를 따져보지도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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