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고구마순

낮에는 아직 여름, 아침,저녁에는 벌써 가을이다. 한낮에 울어대는 매미는 여름이 가는 것을 한없이 아쉬워하는 것 같고 저녁의 귀뚜라미는 가을이 빨리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청정한 가을 하늘 아래 만곡이 풍요로울때다.

여름철 무성했던 잎들이 지고 땅속에서도 과실나무에서도 열매를 맺는 때가 되었다.

어릴적에는 먹지 않았던 음식들중에 시간이 지나가면서 기억나고 맛보고 싶고 그 맛을 알게 되는 음식들이 많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음식으로 부지런해야 먹게 되는 것이 고구마순이다. 벌써 고구마를 수확한곳도 있지만 본격적인 가을에 수확하게 될 땅속의 고구마를 키워내기위해 뿌리로, 잎으로 영양분들이 전달되어 여름의 강렬한 햇볕을 받고 줄기들도 무성해졌다. 통통하게 자란 고구마순은 섬유질이 많아 그대로 먹지 않고 껍질을 벗겨내고 요리하게 된다.고구마순 껍질을 쭉쭉 벗기다 보면 어느새 손가락은 까맣게 물들지만 맛있는 고구마순을 먹기 위해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껍질을 벗겨낸 고구마순은 삶아서 들기름에 볶거나 들깨가루를 넣어 볶으면 아삭아삭한 맛이 다른 나물맛에서는 느낄수 없는 맛이다. 데친 고구마순에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려두면 가을철 별미 김치가 된다. 생선을 조릴때 고구마순을 깔고 매콤하게 조려주면 생선보다 고구마순이 더 맛있다. 나물, 김치, 조림등에 사용하고도 넉넉하게 남은 고구마순은 가을 햇볕에 잘 말려 묵나물로 된다. 건고구마순은 삶아서 나물로 맛보면 쫄깃함이 특별하고 육개장이나 찌개등에 넣으면 푸짐하면서도 진한맛의 국물요리가 된다.

고구마순은 가을에는 아삭한 맛으로, 겨울에는 묵나물로 쫄깃하게 맛보기 위해 손가락이 까맣게 물드는 것을 훈장으로 여겨야겠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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