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 가능성'…디플레 진입 논란

이주열 총재 "8~10월 중 물가상승률 마이너스 확률 있어"

지난해 기저효과라 하지만

한국 2분기 물가 상승률 OECD 국가들 중 '꼴찌'

학계에선 이미 "디플레 진입 중" 목소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한국은행이 8∼10월 중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농축산물이 폭염으로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에 일시적으로 0% 내외로 낮아질 것"이라며 "두 세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말 쯤 가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며 "내년 초에는 1%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공급 요인에 주로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은 가격 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최근의 급격한 물가하락은 공급 측 요인과 기저효과가 크기 때문에 디플레까지 아직 우려하진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비)은 지난해 8월 1.4%, 9월 2.1%, 10월 2.0%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에 그쳤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이 매달 0%대에 머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작년 이맘때 단기간 물가가 급등한 것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쳤던 탓이다.

작년 8월 신선식품지수는 한 달 전보다 18.2% 올랐고, 9월에도 9.3%나 뛰엇다. 작년 7월 말 배럴당 72.6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그해 9월 말 배럴당 80달러로 상승했다. 올해 8월 30일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9.1달러로 작년 비슷한 시기보다 크게 낮다.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데다 국제유가도 떨어져 소비자물가가 작년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한편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6개국 중 꼴찌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제전문가들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더 낮은 원인이 경제성장률 위축 때문이라 분석했다. 경기가 나빠지며 산업별 수요가 줄어들자 가동률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면서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에 훨씬 미치지 못해 시장 판매가 위축되면서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2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7%(전년동기대비)로, 전체 36개국 가입국 중 31위였다. 1분기는 0.5%로 33위로 올해 상반기 내내 바닥에 머물렀다. 지난해에 1%대를 유지해 20위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악화된 셈이다.

날씨나 국제정세에 따라 변동폭이 큰 식료품ㆍ에너지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상승률도 역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 2분기 근원물가상승률은 0.7%로 36개국 중 30위였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 포르투갈, 프랑스 정도 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디플레이션이 이미 '진행중'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최근에 외식 물가가 많이 올라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수준과는 온도차가 있겠지만, 경기 악화로 제품이 안 팔리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재고율은 올라가면서 물가는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준(準) 디플레이션'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올 6월 '준(準) 디플레이션의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경기 부진에 0%대의 저물가가 계속되는 준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물가 안정보다는 수요부진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가 최근 저물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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