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단협 8년만에 무분규 잠정합의

경제위기 공감 노사 힘 합쳐..내달 찬반투표 통과땐 마무리
기본급 4만원 인상·성과급 150% 등 사측 제안 노조 수용
상여금 600% 통상임금에 산입...임금체계 개선 '의미'

27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하부영 노조 지부장(왼쪽)과 하언태 부사장(오른쪽)이 교섭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2019년도 임단협을 잠정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의 파업 없이 양측이 합의에 이른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최근 일본 수출 규제와 글로벌 자동차산업 침체 등으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데 노사가 뜻을 모았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사는 27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22차 본교섭에서 2019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날 오후 3시께 교섭 테이블에 마주앉은 양측은 밤 12시까지 장시간 협상을 이어간 끝에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이번 안이 다음 달 2일 노조원 대상 찬반투표에서 통과하면 현대차 노사는 8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하게 된다.

사측은 이날 교섭에서 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 및 일시금 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일괄제시안을 내놨고 노조가 이를 수용하면서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앞서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4만원, 성과급 150%+일시금 250만원에 비해 한 발 나아간 내용이다. 다만 지난해의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성과급 250%+격려금30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에서 잠정합의안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노사 양측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현대차 노사는 그간 격월로 지급해온 상여금 600%를 매월 분할 지급하고, 이를 통상임금에 산입하기로 했다. 사측은 이번 개편에 따른 격려금으로 200만~600만원과 우리사주 15주를 지급하며, 노조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취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최저임금법 위반 우려는 완전히 해소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 간 법적 분쟁을 해소하고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해 미래지향적 선진 임금체계 구축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노사가 역대 세 번째 임단협 무분규 잠정 합의에 이른 배경에는 최근의 대내외적 상황에 대한 높은 위기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노조는 잠정합의 직후 성명서를 통해 "미ㆍ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세계 자동차산업 및 한국 자동차산업의 침체 등을 고려해 이번 잠정합의를 결정했다"면서 "특히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이 28일 이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점도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임단협은 본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역대 교섭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교섭 초반에는 노조가 통상임금ㆍ정년연장ㆍ미래고용안정ㆍ불법파견 및 불법촉탁직 해결 등을 4대 핵심 쟁점으로 들고 나오면서 올해 교섭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침체가 심화되고 최근에는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앞서 노조는 여름휴가 기간 전후로 파업권을 확보했으나 무역갈등 격화 분위기와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파업 결정을 두 차례나 미루기도 했다.

이번 잠정합의에서 현대차 노사는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공동 선언문'도 채택했다. 일본 수출규제,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부품협력사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잠정합의는 아직 올해 임단협을 완료하지 못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현대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3곳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한국GM 노조의 경우 이미 부분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표라는 상징성이 있어 다른 업체의 교섭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은 현대차와 달리 여타 업체들은 장기적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다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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