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사는 곳'이 되어버린 입국장 면세점…소비자 눈높이 못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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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관광수지 개선과 내수 활성화를 표방하며 출범한 입국장 면세점이 '술 사는 곳'으로 전락했다. 매출 절반 이상이 술 판매에서 나오는 것은 물론,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됐던 화장품과 향수 매출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화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7일 관세청에 요청해 받은 입국장 면세점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두 곳이 올린 매출액은 41억8700만원에 그쳤다. 에스엠면세점이 32억1200만원, 엔타스면세점이 9억7500만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같은 의원실에서 공개한 첫 달(5월31일~6월30일)의 총 매출액(54억9300만원)과 비교하면 24% 감소한 수치다. 일 평균 매출액으로 비교해도 1억7500만원에서 1억3500만원으로 23%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7월은 휴가철과 겹쳐 여행 성수기로 꼽힌다. 면세점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6월보다 매출이 더 줄어든 셈이다. '오픈 효과'를 고려한다 해도 감소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인천공항의 예측치(88억원)와 비교해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시기 매출액을 올린 대부분은 내국인이다. 이 기간 동안 에스엠에 2만7000명, 엔타스에 1만명 등 총 3만7000명이 방문해 40억1500만원을 썼다. 내국인 한 사람당 10만8500원 정도를 쓴 것. 외국인은 2000명이 방문했으며 1억7200만원을 썼다. 1인당 소비액은 8만6000원으로 내국인보다 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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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는 주류 매출 쏠림이 컸다. 에스엠 면세점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주류 매출이 18억700만원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화장품 매출은 5억2200만원으로 16%에, 향수 매출은 3800만원으로 매출의 1%에 불과했다. 엔타스 면세점 역시 주류 매출액이 6억200만원으로 비중이 62%에 육박했다. 반면 화장품 매출액은 7200만원에 그쳐 향수(3600만원)와 합쳐야 겨우 1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ㆍ향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11%에 머물렀다. 오히려 인ㆍ홍삼류 매출(1억5700만원)이 화장품 매출액보다 클 정도다.

면세업계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입국장 면세점 연매출액(1062억) 중 향수ㆍ화장품 비중이 65%(68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며 "소비자들의 입맛은 고급화되고 있는데 입국장 면세점의 상품 구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입국장 면세점의 효용이 크지 않은데도 정부가 수수료 수입과 일자리 창출 때문에 밀어부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입국장 면세점을 활성화하려면 담배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면세사업자들의 요청을 바탕으로 담배 판매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다. 하지만 '되팔기' 우려가 있어 금지했던 담배 판매를 재개할 경우 사재기 등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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