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지만 말자'…재개 앞둔 美中무역협상 '스몰딜' 예고

中, 미국산 농산물 구매…美는 화웨이 제재완화 전망
급한불만 끄고 다읍협상 기대…'호의' 확인에 그칠 듯
양국 간극 크고 발언수위 높아 향후 타결은 미지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30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되는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양측의 '호의(goodwill)'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고,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으로 '호의'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농산물과 화웨이 문제는 양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급한 불은 끄고 판은 깨지 않되, 자존심은 굽히지 않는 선에서 다음 협상을 기약하는 '스몰딜'이 될 것이란 얘기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단들이 큰 이슈보다는 작은 이슈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에 대한 눈높이가 낮다고 보도했다. 핵심 의제에 대한 돌파구는 여전히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지식재산권(IP) 침해 원천 차단, 대(對)중국 관세 철폐 등의 요구는 협상테이블에도 오르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기대할 만한 부분은 농산물과 화웨이 이슈다. 소식통들은 중국이 화웨이 판매 금지조치를 완화시키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하는 합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5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제한 대상에 올렸다.

중국은 이미 농산물 구매 의지를 여러번 내비쳤다. 전날에도 관영 신화통신은 "대두 수백만t이 이미 미국에서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 기업들이 대두와 면화, 돼지고기, 수수 등의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가격을 문의했고, 이미 일부 농산물 구매가 성사됐다고도 보도했다. 협상에 대한 성의표시는 한 셈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대두농가 문제는 해결이 시급하다. 무역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로 미 농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상반기 미국산 대두 수입은 590만t으로, 2004년(630만t)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다만 양측의 간극이 커 협상 후를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윌리엄 라인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대두를 사들이는 것 외에 구조적인 이슈를 중국이 건드릴 수도 있다"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것의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양국의 발언 수위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2020년 대선 때까지 협상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와 함께 "이미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 합의 지연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양국 관계가 가까운 장래에 회복되긴 거의 불가능하다"며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 관영 소셜미디어 계정 '타오란 노츠'는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몇 차례든 몇 년이든 간에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고위급협상이 국영 시자오호텔 영빈관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곳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일상적인 협상이고, 편의성 때문에 상하이에서 여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축소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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