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수학의 정석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수학의 정석'은 세대를 넘어서는 스테디셀러다. 특히 1970~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추억이 서린 수학 참고서다. 엄밀히 말하면 맞춤형 수험서라기보다는 수학의 기본원리를 설명해놓은 책이다. 덕분에 '수학의 재미'에 빠져들게 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분량의 압박과 난해한 내용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수학의 정석이 처음 출간된 시기는 1966년 8월이다. 발행 50주년을 맞았던 2016년을 기준으로 4600만부가 팔린 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수학의 정석을 만든 사람은 홍성대씨다. 서울대 수학과에 다니던 홍씨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수학의 정석을 펴냈다. 홍씨는 1979년 7월 학교법인 상산학원을 설립해 이사장이 됐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상산고등학교'를 세웠다. 1981년 3월 첫 신입생을 받은 이후 전북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으로 성장했다.

특히 상산고는 2003년 자립형사립고(자사고)로 전환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자사고가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다는 입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버금가는 등록금 때문에 '귀족학교'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상산고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전국의 '원조 자사고' 5개교 중 유일하게 상산고만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입시학원으로 변질된 자사고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교육 소신'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전북교육청의 평가 기준을 놓고 '고무줄 잣대'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 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합격선이 70점이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커트라인을 80점으로 높였다. 79.71점을 받은 상산고는 탈락하고 79.77점을 받은 민족사관고(강원)는 통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산고를 탈락시키고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 속에 자사고 부작용 문제는 관심의 후순위로 밀려났다. 김 교육감은 '자사고의 폐해'를 이슈화하고자 했을지 모르나 '상산고의 억울함'만 부각한 셈이다. 김 교육감이 '여론전의 정석'을 되짚어 봐야 할 장면이다.

류정민 정치부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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