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여의도 덮친 '동물국회' 계산서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 한국당 의원 4명 경찰 소환 통보…패스트트랙 후폭풍, 정치생명 위협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진영 수습기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이 정치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경찰의 1차 소환 통보가 알려진 이후 여의도 정가는 숨을 죽이고 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정치 환경을 실감하는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엄용수·이양수·정갑윤·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등 4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 4월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발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사건'에 관련된 14명의 의원 중 첫 소환 대상으로 선정된 셈이다.

이날 여야는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를 놓고 격렬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채 의원실에 몰려가 사실상 감금하는 일이 벌어졌다. 채 의원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 인력이 투입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채 의원 감금 상황은 CCTV와 방송사 카메라 영상, 개인 휴대폰 동영상 등을 통해 다양한 자료로 남아 있다.

지난 4월25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감금된 채 언론에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의원 감금이라는 초유의 상황은 사건의 엄중함과 명확한 근거 자료 등을 고려할 때 사법 처리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된 셈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금 같은 표적 소환에 응할 수 없다"면서 배수진을 쳤다. 원내 사령탑으로서 소속 의원에 대한 보호막을 쳐놓았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 경찰 출석을 무작정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회에서 벌어진 위법 논란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게 관행이었다. 여야의 고소·고발 사태는 서로 취하하면서 없던 일로 정리하는 식이다. 문제는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관행처럼 이어져온 몸싸움이나 회의 방해 등이 처벌의 대상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국회법 제165조와 제166조는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공직선거법 제19조는 국회법 제166조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게 돼 있다.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국회 선진화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발이 취하된다고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발인이 선처를 호소한다면 법원의 양형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내년 4월 제21대 총선까지 수사와 재판, 확정 판결까지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다. 패스트트랙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은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정당의 공천을 받고 총선에서 당선이 된다고 해도 재판 리스크는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대목은 경찰의 소환 통보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수사가 본격화한다면 훨씬 많은 의원이 정치인으로서의 미래를 걱정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실질적 처벌이 가해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의원들의 행동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피선거권 박탈이나 의원직 상실로 이어진다면 상당한 경각심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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