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영기자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 남북정상이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일정을 비워 놓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전격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6·25전쟁 참전 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고 26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MBS)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29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한미정상회담은 29일 저녁이나 30일 낮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바람직하다고 했던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한 날짜는 25일이 유일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25일 일정을 비워 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무산된 것이냐’는 질문에도 "아는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한일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힘들어 진 것 같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소식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8일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무산됐다는 이야기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 국빈 방문 기간 중인 지난 12일(현지 시간)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을 한 뒤 가진 질의응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에 방한하게 돼 있는데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며 G20 전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오슬로에서 에르니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6월 중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북 간 짧은 기간에 연락과 협의로 정상회담을 한 경험이 있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에 참석해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를 했다.
문 특보는 "작년 5월 26일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때 북측에서 20시간 전에 알려줬다“며 ”그러니까 20시간만 있다면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두 정상이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해야 한·미 정상회담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꼭 북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특보 이야기가 맞다면 이날 오후 북한이 정상회담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통보하기만 하면 25일 오후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