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해진 한미 북핵 수석대표들

이도훈 스웨덴 행..스티븐 비건 안보리 행
3차 협상 대비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양자회의실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br /> 워킹그룹 회의가 열리는 것은 지난 3월14일 워싱턴 회의 이후 약 두 달 만이다./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한미 양국의 북핵 수석대표들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2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후 겉돌던 북ㆍ미 협상의 가능성이 되살아나며 이들이 나설 대북 실무 협상도 곧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예정된 국내 일정을 취소하고 스웨덴으로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후 스웨덴으로 이동한다. 이 본부장은 문 대통령과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스웨덴으로 출국한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이 본부장의 스웨덴 행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와 관련, 실무 협상 준비를 위한 조율 차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본부장의 스웨덴 행은 미묘한 시점에 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고 문 대통령은 스웨덴 오슬로에서 김 위원장에게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의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고(故)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조화와 조문을 가지고 판문점에 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과도 만났다.

이 모든 일들이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꽉 막혔던 '혈'이 뚫리듯 대화 재개도 속도감 있게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에 나서야 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이날 미국 뉴욕에서 15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과 비공개 회동을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앞서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 3월14일에도 주유엔 미국대표부에서 안보리 이사국과 한국, 일본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얘기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참석자들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친서와 이 여사 조의문 전달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로 본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조태열 주유엔 한국 대사는 "향후 (북한과의) 협상 전망과 관련해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또 앞으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에 대해 일반적인 의견 조율을 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따르면 이 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는 오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할 예정이다. 두 사람이 각자 발언한 적은 있지만 한자리에 모여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본부장이 미국에서 공개 발언을 하는 것도 이번이 최초다.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한미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 유연성 있는 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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