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현 코코네 회장, 박영선 만나 '케이팝 같은 케이인베스트먼트 필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코코네 본사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케이팝 같은 '케이인베스트먼트', 즉 한국적 해외투자로 시장을 더 넓히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천양현(53) 코코네 회장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이같이 제안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 롯폰기 소재 코코네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다.

천 회장은 일본 라인의 전신 한게임재팬과 NHN재팬을 설립하며 일본 게임포털 시장 1위에 올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코코네를 설립해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코코네는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가꾸는 내용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한다.

창업 10년이 흐른 지금, 코코네는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약 400명의 직원이 몸담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27위(GPTW 발표)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1500만명이 코코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월간 실사용자는 100만여명에 이른다. 포케코로ㆍ디즈니마이리틀돌ㆍ센실ㆍ에덴뽀이요 등의 캐릭터로 유명하다.

박 장관은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의 혁신ㆍ성공사례를 공부하고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진출 및 글로벌 창업 지원정책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날 코코네를 방문했다.

천 회장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말 벤처투자사 AG인베스트먼트를 국내에 설립했다. 그는 "투자회사를 차리고 보니 국내투자를 많이 하라고 해외투자에 대한 제한을 많이 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천 회장은 이어 "한일관계가 안좋을 때도 일본에서 열리는 케이팝 공연 티켓은 5분, 10분만에 매진된다"면서 "(해외에 대한 투자가) 결국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 넓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 맨 아래)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코코네를 방문해 천양현 회장(왼쪽 맨 아래)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코코네를 설립한 이후 천 회장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천 회장은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았고 여진이 하루에 60~70회씩 일어났다"면서 "지진이 났다고 일본을 떠난다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천 회장은 이후 동일본 대지진으로 특히 크게 피해를 입은 센다이 지역을 도울 방법을 궁리한 끝에 아예 그 곳에 지사(디자인스튜디오)를 세웠다. 코코네는 이 곳과 함께 교토 디자인스튜디오, 서울 글로벌오피스, 중국 상하이 마케팅스튜디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영미권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목표다. 박 장관은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위기 때 떠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특히 코코네 업무공간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재기발랄함에 주목했다. 곳곳에 위치한 휴게공간 등이 복도에 텐트를 치고 직원들이 쉬도록 한 페이스북 본사, 이동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구글 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직원들한테 잘해주는 것이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이라면서 "직원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국내 기업들이 많이 배우면 좋겠다"고 했다. 코코네는 업무공간 만큼이나 넓은 식당과 일과중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을 갖추고 있다. 남극기지 셰프 출신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도록 했고, 챔피언 출신의 복서를 초빙해 코칭을 제공하기도 한다.

천 회장은 "사람한테 잘해줘봐야 다 나간다, 그러면 어쩌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경험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 회장은 43세에 코코네를 세웠다. 그는 "벤처ㆍ스타트업이라고 하면 20~30대를 많이 떠올리는데 저는 40대에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자기가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알고 인적 네트워크가 큰 사람들이 하면 더 잘하지 않겠나. (정부도) 이들을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코코네 본사 식당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포함한 중기부 관계자들과 천양현 회장 등 코코네 임직원들이 모여 오찬을 하고 있다.

일본은 스타트업이 기업이나 국가의 신성장 동력이라는 인식 아래 지원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2017년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미래투자전략'은 대학 등 연구기관, 대기업, 정부와 스타트업의 제휴를 통한 혁신의 선순환을 목표로 한다.

중기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일본 벤처캐피탈(VC)의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44.9% 증가한 1237억엔이었다. 투자 건수는 23.3% 증가한 751건이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헬스케어 등이 일본에서 특히 유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도쿄 =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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