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여기가 어디라고'…험난했던 황교안의 광주행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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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광주(전남)=전진영 수습기자] 5.18 민주화운동 39주기 기념식을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주 시민들의 극렬한 항의에 부딪혀 행사장 입장부터 퇴장까지 곤욕을 치렀다.

18일 오전 9시50분께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 북구 망월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 황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대형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민단체들은 '전두환 후예정당', '자유한국당 해체' 등의 피켓을 들고 극렬 항의했다.

황 대표가 행사장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이를 저지하며 물리적 충돌도 일었다. 한 남성은 검색대 앞 벨트로 저지한 저지선을 뚫고 "황교안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황 대표의 입장을 몸으로 막았다. 한 시민은 검색대 저지선을 뚫으려고 하면서 "황교안은 들여보내주면서 왜 국가유공자는 안들여보내주느냐"라고 고성을 질렀다. 또 황 대표를 향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라며 물건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경찰 등 경호인력은 인간띠를 만들어 황 대표를 보호했으나 수백명의 시민이 황 대표에게 달려가면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결국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면서 황 대표는 10분여 만에 행사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황 대표가 행사장에 들어간 이후에도 "황교안은 나가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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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자리에 앉은 황 대표는 기념식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황 대표는 기념식 시작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기념식 말미엔 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나란히 기립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곡이 연주되는 동안 그는 주먹을 쥔 오른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난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노래를 부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던 것과도 대비됐다.

황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이후에도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수모를 겪었다. 시민들은 기념식장을 빠져나가는 황 대표를 둘러싸고 따라다니면서 "황교안은 사과해라", "무릎꿇고 광주시민에게 사과해" 등을 외쳤다. 결국 황 대표는 자신이 들어왔던 민주의 문으로 나가지 못하고 옆문인 역사의 문으로 떠밀리듯 나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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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 대표는 이날 험난했던 노정을 예상이라도 한 듯 광주로 가는 길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심경을 밝혔다.

그는 "당 대표가 되어 처음으로 광주 5.18 기념식에 참석하니 특별한 생각에 젖게 된다"며 "저의 참석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광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그러면서 "광주시민의 아픔을 알고 있다. 광주시민의 긍지도 알고 있다"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이고 그것이 광주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자유로울 때 광주는 하나가 되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며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불순물을 씻어내고 하나되는 광주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전진영 수습기자 jintonic@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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