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이 대북 식량지원 추진을 공식화한 한국을 향해 '생색내기'라고 비난하고 나선 의도는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고 모양새를 잘 갖춰서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의 대남비난에 대해 "식량을 주겠으면 빨리 주면 되는 것이지 시간만 끌면서 준다고 소문만 내어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있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앞서 12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우리 겨레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마치 북남관계의 큰 전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태 전 공사는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놓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방러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결과로 풀이했다.
그는 "북·러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으므로 김정은의 군사적 행보가 한동안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었다"면서 "그러나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후 오히려 군사행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을 통해 뚜렷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해 북·중 관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태 전 공사는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지난 1월 시진핑을 찾아갔을 때 시진핑이 북·중관계 70주년인 올해 중으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평양주민들 사이에서도 시진핑이 상반년 안으로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소문이 없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으로서는 미·중무역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 앞에서 북한을 방문하여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타산하고 계획된 방문을 하반년경으로 미루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현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태 전 공사는 내다봤다.
그는 "상황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북한내부에서 정책실패의 책임을 묻는 희생양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져 부서마다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과잉충성을 할 것"이라면서 "그러면 김정은으로서도 내부의 이러한 흐름에 떠밀려 군사적 행보를 계속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결국 올해 상반년 안에는 북·미비핵화협상이나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707291305009419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