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없애주세요' … 교사들도 불편한 '스승의 날'

감사와 존경의 의미 사라진지 오래

'교육의 날'로 바꾸자 국민청원도 등장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학교에서 공식 행사는 없는데, 반 대표가 꽃 한송이 달아드리는 건 괜찮은거죠?"

"저희 학교는 편지도,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종이로 접은 꽃 선물도 절대 안된다네요."

"어린이집은 여전히 김영란법 대상이 아닌거죠? 선생님들 고생 생각하면 작은 성의 정도는 보이고 싶은데…"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3번째 맞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선물 고민은 줄어든 반면, 교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는 퇴색해 기념일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 스스로도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 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의 A초등학교는 오는 15일 스승의 날 별도의 감사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1교시 수업시간에 각 학급별 반대표가 담임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박수를 치는 약식 행사가 있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학교 6학년 학생 학부모는 "담임선생님이 손편지도, 케이크에 초 켜고 노래부르는 것도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롤링페이퍼에 한줄씩 감사 인사를 쓰기로 했다"며 "아이가 왜 종이꽃 같은 선물도, 과자파티도 안되느냐며 불만이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분당의 한 중학생은 "김영란법도 알고, 별로 감사하지 않은 선생님이 있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선생님에게 아무 것도 하면 안된다는 건 부당하다"며 "이럴 거면 스승의 날을 달력에서 지워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어린 학생들은 여전히 선생님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경우도 많지만,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교사 스스로의 교직 만족도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말 뿐인 기념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스승의 날 임시휴업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편이 제일 속편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차라리 '교육의 날'로 바꿔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종이 카네이션은 되지만 생화는 안 되고, 이마저도 학생 대표가 주는 것만 된다는 지침도 어색하기만 하다"며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지난해 이맘 때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전교조는 "스승의 날 폐지 요구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많은 교사들도 불편해하는 만큼 스승의 날을 폐지해 반복되는 사회적 소음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 좋다"며 "다른 일자를 택해 교육의 날 또는 '교사의 날'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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