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알루미늄 “용해로 설치 허용하면 사업 추진할 것”…백지화 가능성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장봉현 기자] 중국 알루미늄업체인 밍타이그룹의 전남 광양 세풍산업단지 공장 설립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주체인 밍타이 측이 당초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용해로 공정을 추가하면서 환경오염을 우려한 지역민의 반발이 예상된다.

29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경제청은 중국 밍타이 그룹과 광양알루미늄공장 설립을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밍타이 측은 당초 계획에 없던 알루미늄 스크랩을 녹이는 ‘용해로(60t급)’ 2기 설치를 허용하지 않으면 투자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양경제청과 밍타이는 주민 의견을 듣고 이번 주 중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밍타이 그룹은 지난해 9월 전남도와 광양시, 광양경제청과 투자협약을 맺고 ‘광양알루미늄’을 설립했다. 광양알루미늄은 2020년까지 총 6000만 달러(695억원)를 투자해 세풍산단 외국인투자 지정지역 8만2614㎡ 부지에 알루미늄 호일(foil)과 판재 생산라인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오는 6월 호일공장 준공을 목표로 지난 1월 광양경제청으로부터 조건부 건축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해 왔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착공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공장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 같은 계획이 틀어진 이유는 외국인투자 지정지역에 대한 세제 혜택 기간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양경제청과 밍타이 그룹은 세풍산단에 입주할 경우 7년간 법인세와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감면 혜택이 5년 이상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밍타이 그룹은 영업이익 손실 예상을 이유로 최근 광양경제청에 당초 사업계획에는 들어있지 않던 용해로 2기 추가 설치를 내용으로 한 사업투자계약사항 변경을 요청했다. 밍타이 측은 광양경제청이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사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광양경제청은 용해로 설치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물어본 후 이번 주 중에 최종 결정하자고 밍타이 측을 설득하고 있다.

광양경제청 관계자는 “용해로는 알루미늄 조각들을 녹여 슬라브로 만드는 고로 같은 설비”라며 “용해공정은 천연가스로 가열하고 집진시설이 좋아 미세먼지 발생 수준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 있는 모든 알루미늄 업체에도 용해로 시설은 설치돼 있고 이에 따른 민원 발생 사례도 보고된 게 없다”며 “지역민들이 냉정하고 긍정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광양알루미늄 공장 설립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특히 용해로 설치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갔던 ‘환경오염물질 배출 공장’이라는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과 주민 동의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광양경제청과 밍타이 측은 첫 논란이 있던 지난해부터 줄곧 제련이나 정련 공정뿐만 아니라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도장, 도금작업도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용해로 설치와 관련해 세풍마을 한 주민은 “아직 공장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황에서 알루미늄 조각을 녹이는 용해로 2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제련 공정까지 들어올 수도 있는 문제”라며 “당초 주민들이 우려했던 상황들이 벌써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양오 광양시의원(더불어민주당 광양읍)은 “용해로 설치 문제는 그동안 추진과정에서 거론된 적이 없었고,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밍타이 측이 투자를 않기 위해 명분을 만들어 가는 것일 수도 있다”며 “광양알루미늄공장 설립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장봉현 기자 argus194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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