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수사 걸린 업주 ‘무죄’ 판결…성매매 단속 제동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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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최호경 수습기자] 경찰이 성매매 손님으로 가장하는 이른바 '함정수사'로 적발된 사람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법원의 판단은 엇갈린다. 지금까지는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의 경우 적법한 방식으로 본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무죄 판결이 나와 이 같은 함정수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는 최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35)씨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유흥업소 실장인 A씨는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에게 성매매 알선비용 20만원과 술값 등 총 60만원을 받았다가 함정수사에 걸려들었다. 1심은 유죄로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을 팔려는 의사가 있었더라도 상대 남성에게 매수 의사가 없었다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관은 성을 실제로 매수하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도우미 여성과의 성매매에 이를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경찰관이 고가의 술을 주문하고 화대가 포함된 술값을 현금으로 제시하면서 성매매알선을 요구하는 수사방법을 사용해, 유흥주점 관계자들이 금전적 유혹을 받게 했다"고 덧붙였다.

성매매 등 풍속 관련 불법행위 단속 땐 함정수사 기법이 자주 사용된다. 주로 손님으로 가장해 업소 종사자들의 불법 행위와 관련한 진술을 받는 식이다. 범죄 의사가 없는 이에게 접근해 범행을 유발하는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이지만 이 같은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에 대해선 적법성이 인정돼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경찰 수사도 위축될 가능성이 생겼다. 범의 유발형과 기회 제공형 함정수사의 경계선이 모호한 탓에 손님을 가장해 범행을 유도하는 수사기법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일선 경찰서 생활질서계 풍속담당 관계자는 "특성상 함정수사가 아니면 단속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만약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경찰이 비슷한 방법으로 업소 단속에 나서긴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온세 김재련 변호사는 "형사 소송법의 대원칙에 비춰볼 때 이번 판결이 나온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수사단계에서 성매매 관련자에 대한 처벌 의지를 명확히 적용하려면 수사기법에 있어 좀 더 치밀한 방법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분야 공인전문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는 “해당 건과 같은 판결이 고착되면 성매매업소 단속이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재판부가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기존의 방식으로 수사를 벌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최호경 수습기자 ch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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