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관리 경찰관 '난청' 판정…법원 '업무상 재해'

"진료기록 등 비춰봤을 때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 존재"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주기적인 사격훈련과 집회 시위 진압 관리로 난청이 생긴 경찰관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하석찬 판사는 경찰관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 요양불승인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1983년 8월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2017년 건강검진에서 우측 귀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를 받고 난청과 이명 증상을 발견해 공단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다.

A씨는 1983년 11월부터 1987년 9월까지 청와대 경비를 주임무로 맡아 매월 주기적으로 사격훈련을 받았고, 집회 시위 현장의 관리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확성기 소음에 노출됐다. 당시 보안을 유지하며 경찰 무전을 들으려고 무전기 볼륨을 높이고 이어폰을 낀 채 업무를 이어가기도 했다.

공단은 그러나 난청과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상 요양을 승인하지 않았다. A씨는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2월 기각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진료기록 등을 비춰봤을 때 A씨가 수행한 공무와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 판사는 "인과관계 유무는 취업 당시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 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 간접 사실에 의해 입증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소총 소음에 의한 음향외상 연구에 의하면 소총 사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음압의 충격성 소음은 음향외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소음형태로, 1회성 노출만으로도 영구적 청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한쪽 귀에만 이상이 생긴 데 대해서도 "우측 손잡이인 원고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대개 우측 귀에 무전기를 대거나 우측 귀에만 이어폰을 착용하는 방법으로 무전을 청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이 비대칭적 난청 발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A씨가 2009년부터 2013년,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일반건강검진 청력 검사 결과에서 양측 청력 모두 정상 판정을 받은 점을 들어 공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 판사는 "소음성 난청은 대개 발병 초기에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필요 없는 고음역대에서 청력저하가 이뤄져 자각할 수 없다가 점점 저음역대로 진행돼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난청임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A씨는 2016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난청과 이명이 발생해 왔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