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연희동 자택, 기부채납 가능한지 확인'

부인 이순자씨 등 제기한 '추징금 집행 이의' 재판서

재판부, 전두환 추징법 위헌법률 심리 중인 상황 감안

"기부채납하면 부부 생존까지 거주 가능한지 협의" 권고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공매에 부쳐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이 여섯 번째 공매 끝에 낙찰됐다. 사진은 21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모습. 2019.3.21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연희동 자택을 압류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기부채납이 가능한지 확인해보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9일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와 전 비서관 이택수씨,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제기한 추징금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 사건의 세 번째 심문 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남 재국씨는 2013년 9월 가족 명의로 된 재산이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 맞다면서 추징금이 완납되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연희동 자택이 사실상 전 전 대통령의 재산으로 보고 압류를 추진했다.

재판부는 "본 사건의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기부채납은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2013년도에 한 이야기와 이순자씨 자서전 이야기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그 (기부채납) 의사 대로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연희동 사저 문제는 일단락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서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채납시 기부자가 기부한 행정재산은 무상 사용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은 기부채납을 할 경우 무상 사용 허용 기간이 5년이고 1차례에 한해서만 연장할 수 있어, 부부가 생존 시까지 무상으로 거주할 수 없어 곤란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기부채납을 하면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생존 시까지 거주가 가능한지 유관 기관과 협의해 보라"고 요청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측과 다음 달 15일까지 절차를 논의해보라며, 다음 심문 기일은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요청은 이 사건의 근거법령인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리가 진행 중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추징법은 공무원이 불법재산임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은 제3자 재산이라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으로, 2013년 7월 신설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1차 심문 당시 이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검찰이 전두환 추징법에 근거한 집행이 아니라고 해서 철회했었다. 그러다 최근 검찰이 전두환 추징법을 예비적으로 압류 근거 조항으로 제시하면서 위헌 주장을 다시 내세웠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제3자가 범인에게서 어떤 유래로 재산을 취득한 것인지 그 경위도 밝히지 않은 채 무조건 집행 대상으로 규정하는 건 헌법이 가장 중요시하는 재산권 보장규정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도 "압류가 적법한지는 이 재판 전제가 된 해당 규정이 합헌이라는 전제로 판단을 해야 되는데 현재 4년이나 심리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조항은 2015년 이미 다른 사건에서 위헌심판 제청이 이뤄진 상태다.

이날 재판을 마친 뒤 이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조건이 맞으면 기부채납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 재판은 기부채납 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연희동 자택이 차명재산이냐 아니냐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1997년 4월 내란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고, 추징금은 이 중 1174억원만 환수된 상태다. 연희동 자택은 지난달 51억3700만원에 낙찰됐지만 법원이 전 전 대통령 측의 공매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소송 판결 선고 15일까지 효력이 정지돼 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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