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짙어진 '김정은 색깔'…국무위원회 역할·권한 확대

김정일 시대 최고기관 폐지하고 만든 국무위원회군부 억제하고 경제·외교에 힘 실으며 본인 색깔 과시최선희·김여정·현송월 등 여성 파워 약진도 주목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를 통해 선출된 국무위원회 위원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를 통해 '김정일 물빼기'를 확실히하고 '김정은 리더십'을 공고화했다.

1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분석 결과 보고서를 내고 이번 회의는 "국가기구에 대한 김정은의 장악력이 강화되고, 국무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이 대폭 확대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16년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기존의 국가 최고직책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직을 폐지했다. 대신 새로운 국가 최고권력기관으로 '국무위원회'를 신설, 김정은을 국가의 새로운 최고직책인 '국무위원회 위원장'직에 추대하며 그의 권한을 더욱 강화했다.

경제 문제는 관료에게 맡기고 당과 군대를 중심으로 통치했던 김정일과는 다르게, 김정은은 이 같은 국가기구 개편을 통해 그의 부친보다 경제와 외교를 더욱 중시하는 정책을 제도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14기 최고인민회의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원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비롯한 내각 산하 부문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내각의 기능인 국가감독·관리 역할의 국무위원회로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는 국무위원회에 산림정책 감독국장이 새로 등장한 것에서 확인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은 김영남을 대신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직하게 됐다.

또한 군부의 위상을 동결하고 김 위원장이 내세우는 '경제발전'을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연구원은 ▲김수길 총정치국장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실패한 점,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리영길 총참모장의 정치국 후보위원 잔류는 군부의 영향력을 억제한 것이라 평가했다.

반면 전문 경제관료는 대거 등용했다. 연구원은 "정치국 후보위원 전체 보선자 6명 중 조용원을 제외하고는 경제관련 엘리트가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도 인민위원장들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전진 배치됐는데, 이는 지방차원의 경쟁시스템과 자력갱생을 독려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는 불참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김 위원장이 대의원으로 출마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대의원에 당선되지 않음에 따른 연동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직전 개최된 정치국 회의와 전원회의에 참석해 당 차원에서 충분한 입장을 개진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분석했다.

김정은 리더십의 특징으로 '여성 파워'의 약진도 꼽혔다.

이번 회의를 통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급은 물론 '직속 상사'인 리 외무상 등 장관급 인사와 함께 국무위원 직함을 갖게 됐다. 최 부상은 우리 국회 상임위원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으로도 새로 선임됐다.

앞서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에 새로 진입한 데 이어 1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당 규약상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중앙위원으로 직행했다. 여기에 이번에 국무위와 외교위까지 진입한 만큼 향후 대미협상에 있어서 그가 차지할 위상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4년 당 부부장을 시작으로 당중앙위원회 위원, 정치국 후보위원, 제1부부장 등 당 직위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까지 공식 데뷔했다. 정식으로 대의원에 진입한 만큼 향후 '핵심실세'로서의 역할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송월 당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장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서 중앙위원으로 조기 승진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부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